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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그녀에게

일요일, 오후.

갈까말까를 한 백 번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출발.

커다란 빠알간색 보드 하나를 들고, 1시간이 넘는 지하철 거리를 가늠해 보며.

 

작업실에 앉아서 테잎을 본다.

내가 찍은 화면을 보는 게 왜 그렇게 부끄럽고 화끈거리는 일인지.

부끄럽거나 챙피해지면 가장 먼저 도망부터 쳤던 나는,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하고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저건 나쁘구나, 혹은 저건 조금 더 찍을 걸,

뭐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뱅뱅, 헤엄쳐 다닌다.

오래 전에 찍었던 테잎을 보다가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이 있음에 어쩐지 흐뭇해 하기도 하면서.

하긴, 그래도 또 까먹고 마는 것이 나이기도 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머리 끝까지 있다가도

천성인 게으름과 건망증이 자꾸만 내 욕심을 무너뜨린다.

그래도 다시 또 잘하려고 욕심내야지.

 

+) 언니가 여기 써 놓은 글을 이제사 봤지 뭐에요.

이번 작업에 관한 언니의 단상들도 이 곳에 복사해 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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