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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의 기록1

언제적인지도 모를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시집을 읽고나서 그의 흔적을 찾았을 때의 책이었을 것이다. 기형도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책장에서 이 책을 빼든건 내가 떠날 아침의 '짧은 여행'이 그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차 시간표를 알아 봤던것도 아닌데, 왜 그랬게 믿었을까. 오전 10시 차를 탈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광주행 고속버스는 11시에 있다.
휴가철이어선지 마지막 뒷자리 표를 사서 남은 시간을 보내려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꺼내 들었을때야 알았다.
......

 

 

광주는,
15년쯤 아니 더 됐을려나 봉고차 가득 선배들과 아버지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로 차 안 뿜어대는 담배연기를 참아내며 따라나선 친구까지 5.18 망월동을 찾았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망월동에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과 깃발과 무덤이 뒤엉켰던 기억.

 

그리고 두어번 여행길에 광주를 지나쳤던것 같다.
한번은 내 좋은 친구 두 녀석(석과 창)과 영암 월출산에 올랐다 만난 서로의 좋은 인상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을 타는 동안 마주치다 허기진 배를 채우로 들어간 식당에서까지 마주한 연으로 목포에서 회도 먹고 서울가는 광주터미널까지 배웅했던 기억.

 

 

광주터미널,
곧바로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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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의 기록_광주 도청 그리고 금남로

▲ 광주 도청

 

 

 ▲ '오늘 도청을 부수면 내일 아이에게 뭐라 할것입니까?'

 

 

▲ 300년 도청 앞을 지킨 은행나무

 

 

▲ '동지여! 도청이 무너지면 그 벽돌로 우리의 무덤을 만들어 주오'

 

 

▲ 도청을 마주하고 있는 '민주의 공'

 

 

▲ 금남로, 오랜만에 본 영화포스터

 

 

▲ 금남로 지하철 입구 '그 날'

 

 

▲ 'again 5공화국, 어청수 비데 체험단을 모집합니다'

짧은 여행의 기록 2-2
광주 둘째날_망월동에서 돌아오는 길, 도청 그리고 금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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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두 갈래 길

기다림보다

걷기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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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야스스케의 상신(喪神)

"세나와 겐운사이 노부도모가 다무봉 산 속에 숨어 살기 시작한 것은 분로쿠 삼년, 즉 갑오년 팔월이다. 이때 겐운사의 나이 쉰한 살.” 로 시작되는데


  임진년 전쟁을 앞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무예 시합을 엽니다. 이때 모습을 드러낸 료닌이 겐운사이입니다. 그가 어디서 검술을 익혔고, 무슨 일을 하다 왔는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합에서 그는 두명의 칼잡이를 베어버립니다. 실로 무보에도 없는 요기가 그의 검술에서 번득였습니다. 진검 승부를 눈앞에 둔 자의 긴장이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따위가 그의 표정에는 없었지요. 그저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다 일순 뽑은 칼에 상대방은 어깻죽지가 잘려버립니다. 며칠 뒤 누가 그의 검술에 대해 물었습니다. 겐운사이는 이렇게 답합니다. “시합은 했지만 상대를 죽인 기억은 없었다. 주막에 돌아와 불현듯 칼을 보니 피기름이 묻었더라.” 그때부터 겐운사이의 검은 몽상검으로 불립니다.


  겐운사이가 산 속에 숨어 버린 6년위 어느 날, 한 젊은이가 다무봉을 오릅니다. 그의 이름은 데츠로다. 시합에서 겐운사이의 단칼에 쓰러졌던 장수의 아들입니다. 복수의 결기가 전혀 보지 않는 앳된 홍안입니다. 계곡에서 그는 한소녀와 조우합니다. 겐운사이의 양녀 유키였습니다. 그 장면이 멋있습니다. 진달래 꽃을 한 아름 안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던 유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심산유곡에 오르던 데츠로다는 그녀를 보고 멈칫합니다. 가속도를 못이긴 유키의 발걸음이 겨우 멈추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유키의 가슴팍을 떠난 진달래 꽃 한 송이가, 파르르 날려, 데츠로다의 발치에 떨어집니다.


  당연히 복수는 실패로 끝나지요. 데츠로다는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겐우사이와 맞붙은 모든 검객은 목숨을 잃는데, 어쩐 일인지 데츠로다는 귀 한 쪽만 잘린 채 살아남습니다. 자결하려는 데츠로다에게 겐운사이는 말합니다. “다시 맞설 기회를 노려라. 같이 살면서 언제든 빈틈이 보이면 나를 쳐라. 그때도 내가 널 살려줄지는 모르지만.” 기묘한 동숙이 지작됐습니다. 원수와 원수의 양녀 집에 얹혀 살며 데츠로다는 4년의 세월을 보냅니다. 칼도 벼르고 마음도 별렀지만 데츠로다에겐 기회가 없습니다. 어떤 작심도 하지 않는 겐우사이의 허심은 변치 않았고, 데츠로다는 그것이 죽음의 유혹임을 깨달은 겁니다.


  이따금 겐우사이는 내비칩니다. 몽상검의 세계를 말입니다. “사려(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깊게 생각함)로는 묘법을 얻지 못한다. 본연의 성정(타고난 본성)으로 돌아가라. 그 본능을 왜곡하지 말라. 사념(邪念, 올바르지 못한 그릇된 생각)은 없다. 극기니 희생이니 하는 것이 사념이다.” “검은 제 몸을 지키는 본능에 의한다. 보잘것없는 인지를 초월한 본연의 자태가 검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끝맺습니다. “이마까지 날아온 돌멩이 앞에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이것이 ‘정연(正然)의 술(術)’이다. 틈이 있으면 피하고, 피하지 못하면 눈을 감는다. 사람들은 자면서도 얼굴에 앉은 파리를 손으로 쫓아낸다. 그것은 쫓은 줄도 모르는 호신의 경지다. 몽상류의 검이 여기서 비롯했다.”


  다시 8년이 지나갑니다. 데츠로다는 배고프면 먹고, 불쾌하면 찡그리고, 그리고 유키의 육체가 그리우면 탐하면서 살게 됐습니다. 대신 지난 시절 반듯했던 그르이 얼굴에는 퇴폐의 기피가 서렸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 데츠로다에게 정혼이 있었지만 이제 유키와 아예 한 방에서 지냅니다. 동작은 나태하되 자취가 없는 데츠로다였습니다.


  어는 여름날, 데츠로다는 장작을 패기 위해 도끼질을 합니다. 패잔병 두엇이 양식을 구하러 왔다가 불시에 데츠로다를 공격합니다. 방안에는 겐우사이가 졸고 있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장작 패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잠시 멈칫, 곧이어 다시 소리가 들렸습니다. 겐우사이는 감은 눈을 번쩍 뜹니다. 마당에는 잘린 지체들이 나뒹굽니다.


  그해 늦가울 겐운사이는 데츠로다에게 하산을 명합니다. 무표정한 데츠로다가 “그것도 좋지요” 합니다 . 산마루까지 배웅하러 나온 겐운사이와 유키. 데츠로다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돌아서고, 겐운사이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지나갑니다 .그와 동시에 겐운사이의 칼이 데츠로다의 등을 내리칩니다. 악, 비명을 지르는 유키. 그녀 눈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칼을 손에 든 채 허친허친 내려가는 데츠로다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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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오늘 내게 블로그를 만들어 주었다.

생일이다.

 

꾹꾹 눌러 터질 수 있음 터트리는게 나을지도.

마음에 든 멍이 깊어진다.

 

그래도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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