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주민의날 한국대회 기념 이주민발언대 - 난민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이주민의 날 한국대회 기념 이주민발언대에서 난민을 대표해 발언을 하고자 하는 버마행동한국의 총무 소모뚜 입니다. 이주민의 날을 맞아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또 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직접 한국 사회에 전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희 버마행동한국은, 군부독재 통치 하에 있는 우리들의 나라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한국에서 생활하던 이주노동자들이 뜻과 힘을 모아 만든 정치단체입니다. 버마행동한국의 13명이 난민신청을 하였고, 그 중 저를 포함한 8명이 현재 법무부의 난민인정불허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 중에 있습니다.

 저는 저희들이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했던 2004년 이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서 난민으로 또 난민신청자로 살면서 느꼈던 ‘난민’에 관한 생각들, 한국사회와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드리고자 합니다.

 


- 난민신청자의 경우


 먼저 아직 한국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치적ㆍ인종적ㆍ종교적 활동 등을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어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버마행동한국의 회원들 또한 오랜 시간 난민신청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4년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한 뒤, 2008년 가을까지 법무부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난민신청을 하는 과정에 적절한 통역이나 법정 대리인에 대한 지원이 없고 법무부 직원들의 태도는 대부분 고압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난민신청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부터가 당사자들에게는 어려움의 시작입니다.

 한편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으면 최소한의 사회보장이나 합법적으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만, 저희의 경우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원은 물론, 합법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회사에서 면접을 볼 경우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난민신청자임을 밝히더라도 사업주가 법무부 난민실로 연락을 해 문의할 경우 당연히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신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에 난민신청자들은 신청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생계수단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불안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지원책도 없었던 한국 정부가 올해 들어 난민신청 후 1년이 지난 후에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도로 마련된 내용조차 난민 인정 신청 후 1년간의 생계문제나 취업활동이 불가능한 신청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난민신청자의 경우, 오랜 시간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난민으로나마 최소한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 정도를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법무부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는 대다수의 난민신청자들은 더욱 막막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난민인정 불허 결정을 받은 경우


 법무부 출입국 난민실에 난민 신청을 하면 신청 이유에 대한 성의 없는 인터뷰를 한 번 하고 4,5년 후에 불쑥 난민 인정 혹은 불허를 통보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난민제도입니다. 인정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불허를 했을 경우 신청 이후로 몇 년간 신청자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 불허 통보를 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난민행정입니다. 이는 난민 인정 신청 이후 수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신청자의 정치적 활동이 얼마나 활발했고 본국 상황은 얼마나 변화했는지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4,5년 전의 대략적인 인터뷰 내용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법무부에서 2차까지 난민 인정을 불허할 경우 많은 신청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소송입니다. 법무부 난민 심사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당사자에 대한 직접 인터뷰나 추가 자료 요청도 없이, 난민신청자들을 그저 어떻게든 한국에서 살아보려는 외국인 정도로만 취급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법무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재판을 통해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법무부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가 재판을 통해 승소해 난민으로 인정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것은 법무부의 난민 절차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재판부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난민 인정을 원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고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받을 수 있는 박해에 대해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는 결정도 내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일하거나 비슷한 활동에 대해 전혀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 등 난민 인정에 대한 재판부의 명확한 기준이나 일관성이 없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당연히 난민으로 인정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소송에서마저 패해 막막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제가 속한 버마행동한국도 현재 난민 인정 재판 중입니다. 버마행동한국의 1심 소송 결과만 보더라도, 재판부는 한국의 상황과 잣대만을 기준으로 삼아 8명 전원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면, 버마에서 생활할 때 본인 명의의 여권을 만들어 출국했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는 이것이 바로 버마로 귀국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증거라고 판단하는 식입니다. 더구나 무려 6년 이상 꾸준히 버마민주화를 위해 매진해 온 우리들의 활동을, 단지 난민 인정을 위한 고의적인 노출을 노린 것이라는 등의 인신공격성 언급마저 있었습니다. 한편 버마 태국 국경지대의 무장단체 활동 등을 이유로 난민 인정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스스로 증거를 입증하지 않으면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난민협약에 비준한 지 벌써 15년이 지났고 UNHCR의 이사국이기도 한 한국이  이러한 결정들을 내리는 것은 매우 편협하고도 비인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난민인정불허 결정을 받은 사람들에게 주는 인도적 체류 허가라는 것도 있습니다. 난민으로 인정은 할 수 없지만 본국의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한국에서의 체류를 허가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체류를 허가할 뿐, 그 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과거의 미등록 체류에 대한 벌금으로 수 백 만원을 납부할 경우에만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해주는 등, ‘인도적’ 체류 허가라는 이름이 무색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난민신청자들은 아무런 생계지원책 없이 불안하게 스스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들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면, 체류를 허가한 국가의 정부로서 최소한의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 난민인정자의 경우


 법무부의 결정이나 소송의 승소 결과로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들이 2009년 상반기까지 총 116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장기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고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 그리고 해외출국을 할 수 있는 여행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버마 민주화활동가들 중에도 소송 등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난민’이 되었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쁨의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난민 인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제 겨우 체류의 안정을 얻은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의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당분간’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난민인정자들에 대한 적절한 취업 지원이나 쉼터 제공 등 사회보장을 위한 여러 대책이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정부는 난민인정자의 가족결합을 지원하고 난민 협약 상에 명시된 난민의 권리 실현을 위해서도 마땅한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로 또 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한국 사회에 전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UN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 정부가 UN난민협약이 보장하는 난민의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함께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와 난민들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의 요구


-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난민인정 절차를 개선하라!

- 난민신청자에 대한 취업지원과 최소한의 사회보장책을 마련하라!

- UN난민협약이 정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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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4:47 2009/12/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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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으로 희망을 나눠요 

2009년 12월 06일

지유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물망 ‘이매진피스’가 5일 마포구 소재 성미산 학교에서 제3회 ‘희망을 여행하라!’ 축제를 열었다.

이날 열린 축제는 ‘여행은 소비가 아닌 관계’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여행소품을 만들어 보는 여행공작소, 팔레스타인 올리브 오일로 스파게티 만들기, 공정무역 커피 나눔, 공정무역을 통해 얻은 설탕으로 달고나 만들기, 여행자 평화 헌책방, 여행자 벼룩시장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마련됐다.

   
▲ 공정무역을 통해 얻은 설탕으로 달고나 만들기. ⓒ천지일보(뉴스천지)
   
▲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여행자 평화 헌책방’에서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더불어 공정 여행자들의 기발한 생활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 안의 국경’을 통해 참여한 시민과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진행됐다.

이때 이주노동자 음악밴드 스탑크랙다운의 기타리스트 소모뚜 씨와 방글라데시에서 온 쇼하크 씨가 참여해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기타리스트 소모뚜 씨와 주민들의 소통의 시간.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소모뚜 씨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오랜 시간 한국에서 일을 했다”는 말로 시작해 “지난 1997년 IMF로 인해 사회뿐 아니라 회사도 어려울 당시 사장님과 함께 라면을 먹으며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었다. 또 2002년 월드컵 때는 운동을 잘하는 브라질을 응원하는 대신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응원했다”며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이 아플 때에도, 기쁠 때도 함께했다. 비자라는 도장이 없을 뿐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 ‘이매진피스’. 그들이 말하는 ‘공정여행’이란 여행이 단지 취미와 휴식활동을 넘어 지출되는 여행비용 속에 대기업의 과도한 수익 회귀 구조가 있지는 않은지, 현지인들의 환경과 문화를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지, 인권을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고려한 ‘희망 여행’이다.
요즘 환경과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축제 ‘희망을 여행하라’는 환경과 인권, 평화를 사랑하는 ‘착한 여행 문화’를 만들어 가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날 모인 수익금은 전 세계 분쟁지역 평화도서관 만들기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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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4:38 2009/12/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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