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이키와 페가소스

View Comments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기 시작한지 두어달 되어간다.

 

동화책을 빌려보기 시작하면서 읽던 부분을 접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몇일 전 공공의 기물을 사용하면서 지켜야 하는 예절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면서 책갈피를 하나 주었다.

 

그 책갈피를 받아든 쭌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엄마. 난 칠년이나 살았는데 책갈피가 하나밖에 없어요."

기도 안차서

"칠년이나 살면 책갈피가 도대체 몇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물었다.

"음.. 한 스므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날 저녁 쭌이는 두꺼운 종이를 오려 책갈피 스므개를 만들고 잤다.

 

 

 

 



나이 사십이면 대충 몇평짜리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대학은 대충 어느수준까지는 가야하고. 

그러려면 반석차는 평균 어느 정도까지는 되야하고.

 

그러나 이미 대충 다 정해진사회에서 죽자고 노력해도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고 내려갈 수 있는 기회만 있는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것인가는 정말 고민이다.

 

어제는 꾸질한 날씨 덕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아직 생존소식을 교환하는 몇안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오랜만에 대학로의 멋진 카페에 앉아 장시간 수다를 떨었다.

 

그 친구 말이

몇일 전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돈 많은 남자와 재혼한 한 여성을 만났는데 그 여성이 받은 청혼선물이 외제차였으며

그 여성의 결혼생활이야기를 들으며 다들 기운이 빠져 그날 일을 접었단다.

 

예전 우리가 중학교에 다닐때 나이키신발 열풍이 불었었다.

나이키 프로스펙스 그도 아니면 페가수스

첨으로 유명 메이커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 나도 나이키신발에 대한 소망을 한번쯤은 품어봤었다.

그때는 소수의 나이키소유자와 다수의 페가소스소 유자가 있었다.

 

지금은.

평균 혹은 다들 이라는 말로 소비의 수준은 이미 올라갈데로 올라갔으며 소유하는 것은 단지 신발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나의 위치라고 느껴진다. 내가 가졌던 나이키를 소유하지 못한 불만족의 수준와는 차원이 다른 절망감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지는것 같다.

 

고민된다.

그날 수다는 평균을 따라가는 삶 말고 

자신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냐고 건전하게 결론이 났다.

 

쭌이가 더 크면

책갈피 스므개를 함께 만들어 주는 엄마와 신형핸드폰을 척하고 구입해 주는 엄마 중 누구를 더 선호하게 될까?

지구를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설득력을 가지게 될까?

 

난 지금 무얼해야 하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7/07 13:17 2006/07/07 13:17

3 Comments (+add yours?)

  1. 달군 2006/07/07 16:47

    으..추천 중복해서 누르고 싶어요.
    쭌모님은 어쩜..이래.

     Edit/Delete  Reply  Address

  2. 레이 2006/07/08 12:42

    저는 책갈피 스무개 만들어 주는 엄마가 더 좋아요. 쭌이도 꼭 알게 될거라 믿어요. ^^

     Edit/Delete  Reply  Address

  3. 쭌모 2006/07/09 23:06

    달군/추천 감사.. 근데 그게 뭐하는 거예요?
    레이/저도 그런 믿음으로 살아요~

     Edit/Delete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lsj/trackback/131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