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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에서 카페 블로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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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386 도스 pc통신으로 부터 시작하여 나의 컴과의 생활이 그리 짧지는 않다.

 

pc통신 시절에는 사람들이 참 진지했었다.

삐하는 연결음... 그리고 자주 끊어지는 연결.. 파란 화면에 몇 안되는 글자체....

사람들은 심하게 진지했었다.

심지어 대화방에서 여자를 낚으려는 인간들도 그다지 심하게 노골적이지 않았었고..

그때 밤에 일해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동호회 생활이 참 즐겁고 재미있었다.

전화비가 많이 나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그래도 삶의 즐거움이 됬으니까..

그때 난 이념을 고유하는 인간들과 만났었다.

그 시절엔 컴속에서 만나는 관계들 역시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상처주고 상처받고 또 서러워하고..뭐 그렇게 지내다. 문득 한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그건 내가 첨 pc통신으로 대화방에 들어가서 안절부절을 못하면서

"어떻게 나가야하나요?? "라고 질문했을때 어떤 싹아지 없는 놈이 대답해 준 말이기도 한데..

"파워를 누르세요..길~게"

그거였다. 그 복잡한 인간들과의 관계에 진절머리가 날때 난 파워를 꺼버리면되는 거였다.

거기엔 최소한의 예의도 필요없었다. 그냥 나 혼자 사라져 버리면되는거니까.

 

관계를 빼버리고 나면 컴은 참 훌륭한 오락거리다.

그때 주로 했던건 신인 소설가들의 소설읽기..-당근 그림이 안나왔으니까 만화나 영화는 없었다.-

 

다시 내가 컴이 필요했던건 남편이 죽고 나서 였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의 상처를 공유하기 위해서.

내가 찾아낸 건 사별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거그서 난 사람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내 상처를 다독이고

수 많은 위로들을 아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반년넘게 상처를 공유한 사람들과의 처음 가진 오프모임에서

내가 본건 짝짓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난 컴을 끄는 대신 나만의 내밀한 공간을 만들었다.

멀리살거나

만날 시간이 없는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카페.

우리 아들넘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는 카페.

 

여전이 인터넷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며

멀리 영국에서 일본에서 뉴질랜드에서 중국에서 살고 있는 지인들과의 소통을 해주도록 한다.

그러나 그 소통은

내가 보여주고 싶거나 상대가 눈치챌 수 있는 것에 한정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는 컴을 끄진 않지만 그저 침묵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컴퓨터가 소통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세번째 들어온 내 블러그에서 난 지인들의 불로그를 링크시켜 놓았다.

그리고 기웃거린다.

여기선 아무도 찾아오길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기웃거린다. 그이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나 하고..

 

이 일기장 구조의 공간은 소통보다는 주절거리게 만든다.

그래서 더 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익명도 존재하지 않고. 비밀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 체험해 봐야 하겠지만.

떠도는 섬 같다. 그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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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30 02:15 2004/09/30 02:15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jineeya 2004/09/30 20:55

    헉~! 몰랐었다... 있는줄...^^ 그렇군요... 떠도는 섬...음... 저는 더 고민을 해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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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문득 옛날이 생각 났다. Tracked from 2004/09/30 03:17

    이 글을 보면서 옛날 일들이 떠올랐다, 일단 여기를 보시고....PC통신.. 아주 까마득하기만 일들처럼 느껴진다. 파란 화면과 하얀 글자들......사람들이 우스게로 올려놓았던 패러디 글들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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