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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에 해당되는 글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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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5/10/19
  3. 2005/10/11 정녕 쭌이의 유아기는 끝나버린것일까? (3)
  4. 2005/10/02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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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이미지-날 갈등시킨 쭌이의 오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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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녀오다가 쭌이가 길에서 오백원을 주웠다.-눈도 좋아.

그런데 쭌이가 "엄마 오백원 주웠어"하는 그 순간. 한 오초쯤 경과하는 그 시간 동안

내 머리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음..그러니까 길에서 돈을 주우면 어떻게 해야하는거라고 배웠지?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 준다?->경찰이 화내지.

놓였던 자리에 그대로 두고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근데 이런 경우에 난 어떻게 하지?

 

물론 난,

이게 왠 횡제냐? 하고 가져가지.

물론 신분증이 든 지갑이거나, 엄청난 것일 경우엔 찾아주도록 노력하지->그러고 보니 그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네..

 

앗뜨.. 그럼 이 순간 난 6세 우리 아들에게 무어라고 해야하지?

 

오초 경과 후.

그런니까 쭌아. 길에서 뭔가를 주우면 주인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이 오백원은 이름이 없으니 찾아줄 수도 없고.

주인이 찾으러 온다는 보장도 없고, 게다가 그리 큰 돈도 아니니 열심히 찾을 것 같지도 않고..횡설수설..

 

결국 쭌이는 오백원 주운 기념으로 기념촬영을 요구했다.

 

흐흐.. 부모 노릇하고 살기 힘들다.

 

웬만하면 타의 모범까지는 아니지만

아들에게는 세상을 사는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그 모범이란것을 규정하기가  이렇게 어렵군.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터득한 삶의 지혜까지 아들넘에게 알려주었다.

 

야! 원래 꽁돈은 쓰는거래. 과자나 사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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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5 00:15 2005/10/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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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엔
주먹이나 온갖것이
다 들어가듯이

구멍 하나 없는 나무토막에
못이 박히는 것은
그 안에 틈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강철을
무르디 무른 물이 헤집고 들어가
매끈하게 잘라 낸다는 것도
역시 틈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마음의 틈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틈/법현...지하철 5호선 발산역 승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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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9 05:24 2005/10/19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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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쭌이의 유아기는 끝나버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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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이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충격의 강도는 서서희 왔다.

 

어제 늘어져서 프라하의 연인을 보고 있는데 쭌이가 졸리다고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나:"쭌 엄마 텔레비젼 봐야되.."
쭌:"나중에 컴퓨터로 보면되잖아"
나:"안돼 그럼 천원 내고 봐야되..지금 볼래"
쭌:"엄마는 나보다 텔레비젼이 더 중요해?"
나:"허걱..뭐라고 했냐????"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물론 쭌이가 세상에서 젤로 중요해 하지만 지금은 텔레비젼 보고싶어"


그러나 잠시후 나는 그림책을 읽고 있었고 쭌이는 두페이지가 넘어가기 전에 잠이 들었다.

첫번째 강도는 뭐랄까? '헐헐 우리 아들이 좀 컸군..'하는 것이었다면 두번째는 좀 세게 왔다.

보통 어린이집에 가기전 쭌과 나는 갖가지 닭살 애정표현을 한다.
먼저, 두팔을 머리로 올려서 만드는 하트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심장에서 뛰는 작은 하트
또, 사랑의 쌍권총
하나더.. 사랑의 화살쏘기..

오늘도 여느때처럼 닭살 애정행각을 요구하는 나에게

애정표현의 4단계를 수행하면서 쭌이 비수처럼 날린 한마디.

"유치하지만 참는다"

허걱 이럴수가.

정녕 쭌이의 유아기는 끝나버린것일까?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

.

.

물.론. 정신을 차리고 충격에서 벗어나 생각하니 

그건 녀석의 어른인체하는 말투일 뿐,  여전히 잘때는 가슴을 파고드는 애기다.

그러나

쭌이는 이렇게 나에게 조금씩 준비를 시키고 있는것 같다.

'엄마 나 이제 클거거든.. 엄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하면서 말이다.

 

쭌이를 낳기 전 태교서적으로 본 책 중에 "아이는 길을 묻는 손님이다"라는 책이 있었다.

그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건 친절한 길안내뿐이라는 그 제목의 의미는 충분히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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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1 01:24 2005/10/1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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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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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가 죽었다.

몇달전부터 변을 제대로 못보고 하루에 서른번쯤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내가 여행을 다녀온 몇일간 쉬를 못하고  있다고 걱정하더니만,

오전에 쭌이랑 외출해 돌아오니

바둑이도 이모도 없었다.

 

병원에 갔나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섯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엄마가 애견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수술해도 해결이 될것 같지 않아 안락사를 시켰다고 했다는데 이모는 그후로도 한참있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이모에게 쭌이가  "바둑이는"이라고 묻자.

"죽었어"라고 답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그후로 계속..

 

쭌이는 텔레비젼을 보다가 쬐금 눈물을 흘렸고,

"엄마 난 눈물이 나오다가 텔레비젼을 보면 눈물이 안나온다"..한다.

 

그리고 좀 있다가 목욕하다가 또 묻는다.

"바둑이 죽었어?"

"응"

"죽은거라도 보고 싶어.."

"볼수 없어"

그러자 눈가가 벌게 진다...그리곤 또 한참을 논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한 '슬플때도 있는거야'라는 책을 읽으라고 주었더니

한참을 읽더니 종이와 연필을 찾아 무언가를 만든다.

그 책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앨범을 보고 추억하라는 귀절이 있었는데 ..그걸 보곤.

쭌이는 조그만 종이에 바둑이의 초상을 그린다.

'이바독 앨범'이라고 쓴 종이밑에 하트 눈을 한 바둑이가 있고.

'잘살기 기대해'라고 쓰여있다. 바둑이 초상옆에는 마음을 담은 하트가 여섯개쯤 그려져 있다.

그리고 쭌이는 이제 모든게 잘 되었다는 듯이 그걸 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이란다.

그리고 어른이 될때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곤 놀다 잠이 들었다.

 

이모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고,

할머니와 나는 저녁 내 말없이 텔레비젼을 보고 있고.

쭌이는 나름의 죽음에 대한 의식을 치루고 혼곤히 잠들어있다.

 

나는 저녁내 비염때문에 콧물을 흘리며 훌쩍거린다.

바둑이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비염 증상이 바둑이가 없는 이 상황에도 여전히 나타난다.

아마 바둑이가 아직 못떠난 모양이다.

근처 어딘가에서 15년 평생을 살았던 우리 옆에서 서성이고 있나보다.

 

우리는 살면서 피할 수 없이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만난다.

그럴때 쭌이처럼 솔찍하게 그 죽음과 만나서 인정하고,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하고,

떠나간 생에 대해 애도하고,

그리고..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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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2 01:54 2005/10/0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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