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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24 토요일 오후 5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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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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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5시

별로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

대학로 카페에서

시시한 얘기로도 웃고 즐거운 연인들을 구경하며

핸폰 주소록을 뒤적이고 있다.

 

오랜만에 일 없이 사람들이 보고싶다.

핸폰 주소록에서 반가운 이름들을 찾아 낸다.

 

그.치.만.

반가운 이름 옆에 꼬리표가 붙는다..

 

이 이는 애가 너무 어리지...

애가 너무 어려 떼놓기 외출하기 어려운 한무리가 제외되고.

 

집이 대학로에서 너무 먼 한 무리를 또 떼어놓고.

토요일 이 시간 외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래도 있는 사람들을 골라 전화를 돌린다.

 

시댁 행사 행차 중....1명

애 학원에서 기다리는 중야.. 끝나면 집에가서 밥해야지..애 아빠가 오늘따라 어디갔네....1명

아직도 일해..안끝나....3명.

오늘까지 마쳐야하는 원고가 있어....1명

지금? 한강유원지야..가족 나들이 중...1명

 

에잇,

내 팔자야. 여태 뭐하고 살았냐..흑.

다 포기하고 카페 밖의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주고 있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마침 근처에 있던 대학선배.

차 한잔 마시고.

요즘 사는 얘기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생각했다.

 

난 다른 사람한테 어떤 사람일까.

보고 싶지만 이 사람은 너무 바빠.

애 때문에 주말은 집에 있어야 하지.

저녁늦게까지 술마시는 걸 너무 부담스러워 해.

아 만나면 일 얘기, 애 얘기 밖에 안해 

 

그러고 보니 5년을 엄마로 살면서 난 참 많은 것들을 잃어 버렸다.

모처럼의 토요일 오후의 자유를 힘겹게 누리고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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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4 10:13 2006/05/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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