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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되고 싶니

...작업 중인 마지막 장편소설 ’안녕 나의 책이여’에 그 같은 질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못 읽었을 것이다. 더구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내가 자란 마을에는 전설이 있다. 숲에 들어가면 자신의 나무가 있다. 70세 할아버지가 나타나, 아이와 이야기한다는 전설이다. 미래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가가 됐다. 여러 나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내 얘기 들려주는 것이 좋았다고 나무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마을에는 해외에 나가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마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젊은 독자들이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 슬프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 연배의 사람이 내 책을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죽고난 뒤 일본, 아시아, 세계를 이끌 젊은이들이 이 이야기를 읽었으면 한다.

또 한 가지는 민주주의에 대해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한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 어느 선생이 “오늘부터 민주주의야”라고 말했다. 그는 “똑바로 서서 거짓말 안하고 살면 민주주의”라고 말했던 것이 좋았다. 이때부터 민주주의자, 민주적인 인간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아들은 마흔한 살인데 말을 잘못해 네 살 수준의 아이같다. 사람 많은 신주쿠 걸어가면 아들이 미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때 아들은 똑바로 가만 서 있다. 그러면 지나는 사람들이 “너, 오에 겐자부로 아들이지”라면서 도와준다. 사람들은 아들과 닮았다고 한다. 아들은 핸섬하다.

나는 다음 세대가 민주주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길 간절히 바란다. 숲속에서 아이를 만난다면 민주주의적인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전설 속의 70세 노인, 내가 딱 그 나이가 됐다.

동생이 하나 있는데 일본 표현으로 ’웃기는 놈’이다. 동생은 숲속 나무에 갈 때 주머니에 돌을 가져갔다. 할아버지가 나타나면 돌을 던지려는 것이다. 더 나은 할아버지가 나타나길 바라는 것이다. 나무와 관련해 재미있는 얘기가 많다. 나는 민주주의자로 살아가라고 아이에게 끝까지 전하고 싶다.

 

- 2005. 5. 23 오에 겐자부로 방한시 기자회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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