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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을 위한 두 가지 조건

...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기를 실현할 때 궁극적으로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물신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는 자아실현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러울지 모르나, 인간의 가치와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다 보면 결국은 마주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긴장함으로써 자아실현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위하여, 인간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고,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궁극적인 길은 그 사회에 자기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생존은 오직 조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존이 목적이 되는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달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아실현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그 끈을 놓으라고, 긴장을 풀라고 일상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끝으로 자아실현을 위한 두 가지의 조건을 말씀드리면서 맺겠습니다.
첫째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에 저항할 수 있는 튼튼한 가치관입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생존 앞에 자아실현을 양보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아무리 야무지게 내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그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해방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결국 거의 모든 사람이 어느 시점에 자아실현의 끈을 놓아버립니다. 내 인생은 끝났다, 이제 돈이나 많이 벌자... 끝까지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말 것을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둘째로 끊임없는 자기성숙에 대한 모색입니다. 한국 사회는 자기성숙에 대한 모색이 죽은 사회입니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긴장하거나 공부할 때는 단 두 번입니다. 대학입시 떄 한 번, 취직 때 한 번, 자아실현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성숙을 모색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 물신에 대한 저항과 자기성숙의 모색을 포기하지 않을 때 자아를 실현하면서 생존을 담보하는 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따위가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물론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인간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자칫 나르시시즘으로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를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만큼은 속일 수 없습니다. 자기 성찰을 끊임없이 해 나갈 때 나 자신의 인간적 가치에 대한 최종 평가자는 바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 홍세화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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