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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연습

2년 전쯤 우리 가게에서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 했다.
분명 힘든 생활일 텐데도 편지 내용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밝고 명랑한 분위기였다.
나는 진정한 평화란 모든 이가 다 같이 무기를 버릴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사람인데,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몸소 실천한 그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생각해 보라, 우리 동네에 칼 가게가 하나 생겼다.
들어가서 칼을 구경하다 보니 전부 생소하게 생긴 칼들뿐이기에 가게 주인에게 무엇에 쓰는 칼입니까? 물으니 '사람 찌를 때 쓰는 칼입니다' 하고 대답한다면 얼마나 섬찟하겠는가?
같은 논리로, 모든 남자들 손에 '사람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총을 억지로 쥐어주고 2년 간 살인 연습을 하라고 하고 있다. 이건 더 섬뜩한 얘기 아닌가 말이다.
대표적인 살인 도구인-총 쥐는 것 말고 다른 대체복무로 다른 이들과 공평하게 복무를 하겠다는 사람을 굳이 교도소로 보내어 고생시키고 전과자로 만들어서 출소 후 사회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선사해 버리는 이런 형편없는 나라에서 나는 살고 있다.
이런 나라를 강제로 지키라 하다니 에라이, 나라도 안지키겠다.
징병제가 하루 속히 폐지되어 사람들이 군대식 사고 방식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없어졌으면 좋겠고, 군인이란 사나이로 태어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경찰, 세무사, 속기사같은 다만 특수한 직업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가가 시키는 일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생각도 때론 지극히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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