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다녀옴.
6시 40분 차를 예매했는 데 30분에 일어났다. 미친듯이 챙겨서 아빠차타고 터미널로 갔다. 완전 150정도 밟은 거 같다. 가다가 내가 무서워 차 놓쳐도 돼 했다. 20% 제하고 환불해준대. 엉엉엉. 42분쯤에 터미널 도착했는 데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부터 엄마의 활약. 차를 막은 것이다. 뜨악. 내가 기사아저씨에게 표보여주고 도로 한가운데서 탔다. 으악. 죽겠다. 엄마아빠 대단하셔요. 그리고 4시간동안 자고나니 서울에 도착했다.
막상 집에 오니 일단 배고파서 밥을 했다. 근데 반찬이 김치 밖에 없다. 내가 왜 서울에 그토록 오고 싶었는 지 모르겠다. 반찬도 없고 여기서도 할 일은 없다. 인터넷이 너무 하고 싶었는 데 막상 오니 별거 없다. 진보넷 갔다가 네이버 갔다가. 10분도 안돼서 끝이다. 글이나 하나 적자.
이번에 경주에서 가장 보람찬 일은 남산을 올라갔다는 거다. 친구랑 같이 갔는 데 아빠에게 간다고 했더니 태워줬다. 유명한 코스로 갈려고 했는 데 아빠는 비공식 코스를 알려줬다. 내 목적이 누워있는 마애불 보는 거라고 했더니 거기로 가면 된다고 했다. 하하. 남산의 변방코스라고나 할까. 하지만 공기도 좋고 전망도 좋았다. 마애불은 꽁꽁 싸여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이 콘크리트 도로여서 심히 짜증이 났다. 관절에 안좋단 말이지.
엄마아빠가 대공사를 했는 데 집에 온돌방을 만들었다. 황토와 소나무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거의 그 방에 13명 정도의 인원이 옹기종이 모여있었다. 난 도저히 같이 못있어서 홀로 다른 방에서 전기장판 깔고 잤다. 삼촌말로는 명절에는 이래야 된단다. 하지만 삼촌도 1박하고 바로 슝갔다. 온돌방에서 뜨끈하게 땀내니 좋긴하더라.
재미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네. 동네에 베트남 청년이 3명 있는 데 우리고모한테 엄마라고 하고 우리아빠한테 아빠라고 한다. 푸하하. 하여튼 우리아빠는 그들을 매우 좋아한다. 친구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을 나도 좀 관찰할 수 있었다. 매우 하이톤의 웃음소리를 갖고 있다. 이름은 모른다. 고모가 줄인말 이름 밖에 몰라서 나도 그렇게 안다. 베트남 청년들은 그믐날 2시에 제사 같은 걸 지냈다. 아빠는 가서 같이 했는 데 나는 가고 싶었지만 못갔다. 아직 안친해.. 흑흑
우리집에 닭이 30마리 넘게 있다. 닭 관찰은 매우 재밌다. 우리집에서 아무도 관찰을 안하지만 나는 닭을 관찰했다. 눈도 신기하고 어떤 녀석은 부리가 틀어졌는 데 모이를 아주 잘 먹는 다. 서로 싸우고 퍼득거리고 난리다. 30명이 몰려다니는 것도 진짜 재밌다. 장닭 따라서 다니는 녀석들이 있는 데 웃기다. 아빠가 자기는 유정란 생산자란다.
집에서는 생강물을 먹고 있었고 배와 사과와 귤, 한라봉이 샘솟았다. 떡국, 묵채, 오징어 무침, 고래고기, 사태국물 등의 먹을 거리가 있었다. 사실 매우 행복했다. 조카랑 산 밑에 가고 논에서 스케이트 타고 놀았다. 무려 4박 5일동안 내가 집에 있었다. 기적이다.
하지만 내가 서울에 너무 오고 싶었던 건 1.돈모아라 2.결혼하라 3.아기 낳아라
어른들 머릿속에 이 3단계가 꽉차 있어서 내가 결혼하기 싫다 라는 말을 15번 정도 했지만 모른 척 했다. 조카들을 우리아빠가 너무 좋아하니까 빨리 내가 아이를 낳아와야 한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골치아파. 그래서 내가 결혼안하고 애만 하나 데려올까 했더니 그건 안된단다. 꼭 단계를 밟아야 한단 말이지.
그래도 난 집에 오니까 좋다ㅠ
친척집은 넘 지루해서 금강경을 읽었어. 근데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
도로한가운데서 차를 막다니! 대단한 것 같아요 -_-b
망이/어 난 너무 무서웠어.
나뷔/언제 한 번 놀러가자.ㅋㅋ 등산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