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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유토피아를 위한 선물

메신저님의 [앙드레 고르, <자동차의 사회적 이데올로기>] 에 관련된 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청탁받고 쓴 서평.

책은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 앙드레 고르의 <<에콜로지카>>다.

 

고르에 관한 글은 한 번도 만족스럽게 써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긴 하다.

아직 거리두기가 잘 안된다고나 할까... ㅎ

첫머리에 썼던 것처럼 실제로 두 세가지 버전의 서평을 썼다가 포기하고 쓴 글이다.

그리고 정말로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원고료는 유기농 백미 2kg. 좋다. 현미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ㅋ.

 

 


 

 

당신의 유토피아를 위한 선물
- <<에콜로지카>>(앙드레 고르, 생각의 나무, 2008)
글 지음


당신을 설득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해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도 해보고,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추리기도 해보고, 왜 이 책이 중요한가를 다른 권위를 이용해서 설명해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낫겠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앙드레 고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이 작은 책을 아무 말 없이 당신에게 선물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느낍니다.

 

내가 처음 <에콜로지스트선언>과 <노동사회에서 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읽고 고르에게 빠져들었던 것은 그가 그린 유토피아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보다 적게 일하면서 잘 일하고 적게 쓰면서 알차게 쓰는 사회, 오래가고 고치기 쉽고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회, 줄어든 노동시간과 사회적으로 보장된 기본소득으로 인해서 그 자체로 자신의 목적이라고 할 만큼 가치 있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 자동차의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이는 대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 충분히 편안한 마을과 도시.


고르의 최대의 장점은 이러한 유토피아를 변화하고 있는 현실의 조건들-줄어든 노동시간, 생태주의적 한계, 지식과 정보에 기반한 생산, 그리고 경제적 합리성에 종속되지 않는 다양한 반자본적 주체들 등-에 기반해서 그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고르는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대규모로 즉각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상에 어느 지점에서부터 실천되는 즉시, 사회적 실험의 본보기로서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현실적으로 원할 수 있게 하는 그 수단을 이미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글은 항상 읽는 이에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상상력을 펼치게 합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능력과 조건이 무엇인지, 그래서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당신과 나에게 남겨진 문제입니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내가 자전거를 타는 데는 고르의 책임도 있는 셈입니다.

 

고르의 글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번역된 여섯 편의 짧은 글들이 있을 뿐이지만 모두 길게 읽을 만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나란히 함께 세상을 떠난 그의 동반자 도린에게 쓴 가 첫 단행본인데 그들의 아름다운 삶과 사랑은 깊은 감동을 줍니다. 뒤이어 나온 이 책 <<에콜로지카>>는 그의 주저는 아니지만 그가 죽기 전에 이 책에 실을 글들을 직접 골라서 기획 해 둔, 그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만합니다. 생태주의, 자본주의, 금융위기, 정보사회, 노동시간, 생계수당 등 당신이 어느 쪽에 관심이 있든지 간에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은 전공자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잘 읽히는 편입니다. 곧 그의 주저 중에 하나인 <<프롤레타리아트여 안녕>>도 번역된다고 하니 그 책도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당신도 고르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보다 당신이 만들 세상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곧 당신을 만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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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님은 서울 남산 아래 게스츠하우스 빈집에서 장기투숙중이며, 자전거로 충분한 세상을 꿈꾸며 자전거 메신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거나 쉬고 싶을 때 빈집으로 찾아가면, 서울 부근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보내고 싶을 때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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