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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피쉬, 킹콩 그리고 괴물

빅피쉬는 가장 영화다운 영화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지만 단 3개의 컷으로도(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중년의 여성, 강가를 걸어가는 뒷 모습 풀샷/그 여성의 어렸을적 할머니, 웃으며 다가온다. 클로즈업/어느센가 어린아이로 변한 여성, 바스트 샷. 웃으면 뛰어 온다)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영화의 환타스틱한 요소에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나로서는, 이 영화 빅 피쉬는 그 환타스틱의 A부터 Z까지를 재미와 성찰로 경험하게끔 해준다. 오후~ 이게 바로 상업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그나마의 순기능 아닐까?

 

여기에 킹콩은 한 순수했던 작가가 자신을 읽지 않으며 정글같은 헐리우드에서 살아 남아, 나 아직 살아있소를 만방에 알린 정말 괴물같은 영화다. 영화는 단 한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재미!! 그러니까 저 섬 위에 킹콩이 있는데 거기 까지 가는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의 재미가 중심인 영화. 그래서 보여준다. 이렇게 스펙타클한데 안 보고 베길거야? 뉴욕에서 섬까지, 갈때는 그렇게 오래 걸리더만 올때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킹콩과 여자, 남자와 도시는 끊임없는 갈등을 만들어내고 그 갈등은 아주 단순한 라인으로 과감하게 컷팅되며 사각의 프레임을 뚫을 거 같은 힘으로 라인 속의 사건들은 스펙타클하게 튀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성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남자 배우가 계곡에 고립되어 있다가 진짜 괴물들한테 다 잡아 먹히기 직전, 마치 타잔처럼 그들을 멋지게 구하는 씬. ㅋㅎ~.. 이게 바로 피터 잭슨의 영화라는 걸 알리듯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뻔뻔하게 그려내는 솜씨하고는... 그렇지, 제구가 되는 강한 직구만 있다면 이미 승부는 끝난거 아닌가? 여기에 살짝 등장하는 포크볼은 때론 홈런을, 그리고 대부분은 삼진 아웃의 결정타인것이다. 이게 바로 투수와 작가가 가져야 할 덕목 아닌가?

 

아.. 괴물.. 이건 정말 취향의 문제일 수 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인권영화제나 노동영하제에 오면 과도한 정치성에 부담스러워 했는지를 난 오히려 괴물을 보며 느꼈다.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해석 가능한 인물, 상황, 사건들. 골뱅이처럼 생긴 괴물이 다리 밑을 유영하는 모습 이외에는 볼것도 없는 장면화... 그 넓은 한강의 스펙타클은 그저 하얀 연기를 뿝는 배들의 달리 컷으로 밖에 표현되지 않았다.(버스 타고 지나갈때 마다 별의 별 화면이 다 그렸었는데) 그만 좀 하고, 영화에 더 집중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보고 나오면서 들었던 건, 한국영화에 대한 나의 삐뚤어진 잣대에서 출발한건가? 초반 대 낮에 등자한 괴물 이후(여기까진 정말 흥미진진했다) 각종 반찬들만 즐비하게 늘여놓고 그저 깜짝 놀라게만 해줄 뿐, 그 어디에도 그 반찬을 먹고 있는 우리 뱃 속의 상태에(이 대한민국) 대한 작가의 성찰을 볼 수 없었다. 상업영화에서 별걸 다 기대한다고? 그러면 아예 그 반찬들을 차리지나 말던지, 사람 불편하게 먹게 해놓고서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꽃병과 양궁을 보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었는데 마치 1990년대 80년대를 회고하며 책을 팔아먹었던 회고담류의 소설이 떠오른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좀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만드는데 이 영화가 한 몫 했다는(결과적) 것도 매우 불편하다. 난 그저 영화적 재미를 느끼기 위해 괴물을 보러 갔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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