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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is

사실 영화중간까지는 몇년 전에 보았던 이주노동자 옴니버스 작품이 떠올랐다. 쟁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고민은 한 덩어리 짊어지고 이리저리 동남아를 부유하는 카메라를 보면서 느꼈던 울렁증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막~ 울렁증이 시작될 부분부터 서서히 이 작품이 가지는 힘은 발휘되기 시작한다. 오호~ 그럴줄 알았어 이래도 울렁거려? 하면서 만드는 사람의 문제의식은 점점 깊이를 더해가고 보는 사람의 감동요구 바이러스의 흥분도 보기 좋게 가라앉혀주면서 자기 이야기를 묵묵히 밀고 나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임신 후 화질은 떨어지지만 자그마한 카메라를 만들었다면서 그 카메라를 풀샷으로 보여주면서 마이크도 샀다 하면 점프 컷으로 그 카메라에 뿅~ 마이크가 달려 있는 장면이었다. 우습지만 그 장면을 통해 비로소 아하~ 이 작품을 만드는 이의 고민과 욕망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고나 할까?

 

몇 년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작품이 있었다. 지금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화하여야 하는지와 그것의 어려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이야기했던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노동자 민중의 국제적 연대'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라 봐야 하며 그래서 그 다종다기한 현실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아가야할지에 대한 진중한 물음이 담겨있기에 작품 말미, 난 그 작품을 떠올리며 감동했다. 사람을 각성케 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않을까? 감독은 언듯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말을 대화시간에 꺼내면서 스스로 이런 말랑한 이야기를 하는것에 쑥쓰러워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지금 현실의 모순을 극도로 고착화시키는 구실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찌보면 그것은 하나의 이슈를 접근해 들어가는 작가의 다양한 입장중 가장 훌륭한 입장일 것이다. 소화도 시키지 못하면서 이슈의 A부터 Z까지 불안정하게 쫓아가다 결국 똑 같은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는 지금의 독립다큐의 행태보다야 몇배는 좋지아니한가? 물론 가혹하지만 몇가지의 질문은 가능하다. '작가 개인의 임신이라는 경험이 없었다면 그들의 용기를 어느 부분에서 발견하고 표현할 생각이었는지'와 '그 지긋지긋한 모성 논쟁에서 이 작품이 자유로울 수 없음을 예상하지 못했는지'와 '진정성에 비해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낀건 혹시 본인 스스로 메세지가 밀도 있게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등등... 하지만 질문의 성격이 다른 면으로 보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 준 질문일수도 있기에 거꾸로 당황스럽고 띵하다. 너 같으면??? 이 작품은 나에게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과 견지'의 모델을 제시했다.

 

햇살 가득했던 종로바닥의 매연을 맡으며 느꼈던 상념과 아이를 재우고 새벽녘에 다시 일어나는(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먹먹한 현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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