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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을 다시보다 -2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오래 전 한국에 있을 때 보았던 감상을 지금은 떠올릴 수가 없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영화에 배어있는 배우들의 시선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를 듯하다. 수없이 많은 중국인 불법 체류자들. 먹고 살 길을 찾아서, 새로운 삶을 찾아서 신세계로 온 그들의 첫번째 단계는 같은 민족들에게 착취 당하는 것이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상의 제약 - 물론 여기선 미국의 이민국처럼 나서서 불법 이민자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도,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여태 그런 경우를 당했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에다가, 영어가 전혀 안된다는 점은 그들을 자기 민족의 커뮤니티에서 먹고 살 길을 찾게 만든다. 그 결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전형적인 착취 구조에 자신들의 목을 집어넣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아예 캐나다에 밀입국할 때 부터 밀입국에 필요했던 돈을 다 갚을 때 까지 노예노동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수두룩 하다고 한다. 최저 임금 시간당 7.45불, 중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받는 돈, 시간당 3-4불, 물론 잠자리와 먹을 것은 합숙으로 해결한다. 이 합숙소가 한 번은 캐나다 경찰에 적발되어 신문에 난 적이 있었다. 구로동 쪽방과 별 다를 것 없는 형태지만 이 나라 인간들에겐 적잖이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하튼 내일은 오늘보다, 어제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는 미신에 속아가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희망에 부풀어 홍콩의 거리를 달리는 여명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이곳에선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모습들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를 내일에 대한 기대는 합법적 신분으로 희망의 나라에서 풍요를 누리고 싶다는 그들의 소망은 때로는 비굴하게 때로는 야비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자본주의란 경쟁을 기본 원리 중의 하나로 하는 사회. 여기서 밀리면 갈 곳없이 죽는다는 비장함은 무슨 일이든 서슴치 않게끔 만든다. 어디 하나 등기댈 곳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이들과는 다른 소위 부르조아의 모습을 한 이민자들이라면 단연 한국인과 대만, 홍콩인들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나처럼 가난한 인간들도 분명 있을테지만 대부분은 적어도 1억 이상의 현금을 들고 이곳에 이민와 처음에는 취직을 노려보다, 결국은 소규모 사업에 종사하게 되는 계층이다. 캐나다에 와서 음식점에서, 구멍가게에서, 기타 작은 각종 가게들에서 마주치게 되는 동양인들이 이 부류들이다. 정말 부자들, 이 사람들은 평일날 골프장에 가면 잔뜩 만날 수 있다. 들은 말로는 특히 밴쿠버가 이곳 토론토 보다 심하다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소위 잘나가는 아시아의 나라에서 왔지만 돈 없고, 취직이 않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밟아가는 길은 각종 현금박치기 일에 종사하다가 결국 들고온 쥐꼬리만한 돈이 떨어져 갈수록 눈높이를 낮추고 마지막에는 공장으로 가게 되는 사람들이다. 좀 정리를 해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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