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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개악, 무관심이 원인일까?

7월 3일 통과된 국민연금개악에 대해 개악저지투쟁을 벌였던 공공서비스노조(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인 사회연대임금지부가 소속되어 있다)에서 평가글(?)이 인터넷 언론에 실렸다.

 

우리 무관심이 국민연금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글의 핵심은 임금 1-2%인상에는 기를 쓰고 투쟁하면서 노후소득 30%를 삭감하는 국민연금개악에는 무관심한 게 원인으로 작용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장난'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지 20년이 지난 이들이 수급권을 획득하게 되어 투쟁의 대중동력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투쟁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투쟁목표의 잘못된 설정, 상층협상 중심의 과정, 대중조직화의 부재 등 핵심적인 문제와 책임을 '대중'에게 돌리는 잘못된 평가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등 국민연금투쟁을 벌였던  이들은 연금투쟁의 목표를 '개악 저지'에 두고 있지 않았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제도 도입',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급여율 조정이 '정책관철의 현실성'과 '합리성'이라는 명분과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연금투쟁의 목표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하다 보니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기초연금 10%, 65세 이상 80% 대상' 등의 기초연금제도 도입, 그리고 급여율을 40%로 인하(2018년인가? 2028년인가까지)  를 합의하지 않았던가? 이 안은 그토록 '용돈연금'이라고 비판하지 않는 국민연금개악안과 비교하여 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내용이다.  물론 현재 통과된 기초노령연금은 연금제도라기 보다는 공적부조제도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에 반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원칙에 비추어 보면 질적 차이가 없다.

공적연금을 축소시키고, 사적부문을 강화하는, 그리고 연기금 재정을 '금융화' 전략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자본이 추구하는 연금개혁의 목표였다고 하면 이에 대한 충분한 폭로와 선전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주류 연금투쟁진영은 '개악저지냐' '제도개선'이냐라는 선택의 문제로 치환시켜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개악저지라는 수세적, 방어적 투쟁이 아니라 제도개선이라는 공세적인 투쟁으로 가야하며, 그러할 때 개악저지라는 목표도 달성가능하다고 했다.

그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무지와 오해'에서 '만'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따라서 연금투쟁의 전 과정은 대중의 조직화와 주체화에 방점을 찍고서 진행되었다기 보다는 시민단체 상층부, 노조운동상층부, 정당운동 상층부 간의 '정책적 협의와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의회의 틀'에서 관철시키는 '정치공학'적인 문제로 치환되었다.  실제 이번 개악안이 통과되기 전 사회연대임금지부가 파업을 진행한 것 말고는 연금투쟁의 '대중적 과정'은 전무했다고 할 수 있다. 개악 저지를 위해 막판에 투쟁을 한 것이 이전 3-4년의 투쟁과정의 문제를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합의구조'에 대한 기대와 환상속에서 진행되어온 과정과 맞물려 진행되어 왔다. '사회양극화해소 국민연대'에서의 논의,  ' 저출산, 고령화 연석회의'(정확한 명칭이 맞나 모르겠음) 등 정부와 자본,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협의 구조를 한편으로 하고, 국회 내에서 보수정당과의 협의 구조를 한편으로 한 협의 구조내에서의 정책적 협상 과정에 전적으로 연금투쟁은 기대면서 진행되었다. 결국 연금투쟁에 '대중'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끼어들 여지도 없었으며, 대중은 연금투쟁의 '외부'로 밀려났다.

대중적 논의가 진행된 것은 민주노동당에서 '사회연대전략' 중의 하나로 '국민연금보험료지원'이 제안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 논쟁은 연금투쟁으로 연결되지 않고, 연금투쟁과 연관을 지니지 못한 채, 생산적이지 않은 '정파적 논쟁'으로 귀결되었을 뿐이다.

 

연금투쟁은 '대중정치'가 없이는 전개가 불가능하다. 이는 연금개혁에 관심과 열정을 쏟았던 한 당사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보수정당의 연금관련한 대중정치는 그들의 무기(언론, 행정기관, 의회 등)를 활용하여 펼쳐진다. 하지만 운동진영의 '대중정치'가 이들과 똑같이 전개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중앙일보는 국민연금개악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기초노령연금만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향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열린우리당의 개혁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으로 추락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언론의 목표는 한가지이다.  연금을 '자본화'시키는 것, 여기에서 그들은 한치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찌됐든 5년마다 하게 되어 있는 국민연금재정운용위원회가 다시 열린다. 2008년에 보고서를 내게 되어 있고, 그에 따라 제도운영의 방향이 다시 설정된다. 그리고 2008년은 국민연금이 도입된지 20년이 된다. 연금수급권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시기이다. 연금에 대한 이해관계가 커진 수많은 대중이 출현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시점을 맞아 지난 3-4년 연금투쟁의 오류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평가에서 다시금 연금투쟁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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