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 감상] 방파제에 올라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쓰신 시이다...원래는 미술을 가르치는데, 워낙 작은 학교라서 선생님이 모자라 음악, 기술도 가르쳤다. 요즘은 퇴임을 하시고 어린이집 원장을 하시면서 틈틈이 시도 쓰고, 시집도 냈다. 시의 마지막에 덧붙인 구절은 시에 대한 선생님의 해설이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계시다가 관두신 후, 지금의 생활과 맘을 표현하신 것 같다. 아직 내 나이와 생활에는 어울리지 않는 시이긴 하지만...

 

방파제에 올라

 

 

                   방파제에 올라

                   술 한 잔 앞에 놓고

                   저물어가는 것도 괜찮다.

 

                   하루를 다한

                   일몰은

                   아름답다.

 

                   하얗게 달리는 파도

                   푸른 열정의 기억으로

                   타오르는 단풍은

                   모닥불 같은 것

 

                   분장실에

                   불이 꺼지고

                   늙은 배우의 뒷모습

                   이내 캄캄하여지둣

 

                   어둠이 삼키는

                   일몰의 여명을 꿀꺽

                   목으로 넘긴다.

 

                   술 한 잔 앞에 놓고

                   저물어가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사람은 저물어가는 것이다. 먼 길을 걸어와서 지금 여기 황량한 들판에 혼자 서 있는 것이다. 부모가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지만 결국 인생의 길은 혼자서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일 뿐이다. 그 것은 반드시 슬픈 것도, 괴로운 것도, 쓸쓸한 것만도 아니다. 늘 걸어온 길을 보면서, 또 걸어갈 길을 바라보면서 순간도 자기 성찰에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산다면 충분히 보람있고, 살만한 인생이며, 행복한 것이다. 인생을 음미하며 관조하며 조율할 필요가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