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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덫'과 참여정부정책의 빈곤

통상 ‘보수적’ 잣대를 들이미는 정부 공식상의 통계상으로도 우리나라 빈곤층이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의 통상적인 추계인 460만명을 넘는 것으로 국내인구 10명 중 1명이 빈곤에 허덕이는 셈이다. 올6월에 공식 조사결과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인 보건사회연구원의 ‘차상위계층 실태조사’에 따른 잠정 추계에 의하면 기초생활수급자는 현재 147만 3천명이고, 최저생계비의 120%이하인 차상위계층은 170만-190만명, 그리고 최저생계비이하이면서도 기초생활비수급자인 ‘비수급 빈곤층’은 190만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빈곤층 규모는 2002년의 432만명, 2003년의 499만명에 이어 계속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다가 2001년까지 감소했는데, 이후 지속적인 증가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양적인 확대 뿐만 아니라 빈부 격차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1분기 가계수지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의 평균소득이 최하위 10%의 평균소득보다 18배 이상 많으며, 2003년 이후 이 분야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간 참여정부가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하고 ‘복지와 분배의 최적화’를 꾀한다며 내놓은 각종 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빈곤탈출에 성공한 경우는 고작 6%에 그쳤다고 알려져 있어 빈곤층의 빈곤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농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밝힌 ‘저소득 농가 실태분석’ 에 따르면 2003년 전체 농가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전국 가구 최저생계비(2003년 4인 가구 102만 원)에 못 미치는 농가의 비율(빈곤농가 비율)은 12.4%였다. 8가구 중 1가구는 빈곤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1998년 14.3%로 급등했다가 2001년 11.8%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2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해서인지 정부는 6월 3일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6만명 늘리고 △차상위계층 자활사업대상을 올해 2만명에서 2008년 5만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자산형성지원사업 △차상위계층에게 학자금 대출제도, 직업훈련기회 확대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노인일자리를 2009년까지 30만개로 대폭 확대 △긴급복지지원법 제정 △저소득층 용 국민임대주택 100만호와 장기임대주택 50만호 건설 등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기존의 ‘정치개혁’에서 이제는 ‘경제적 민주주의’에 집중해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 △복지투자 확대 △비정규직 처우 개선 △재벌개혁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꼽으려는 노력(?)을 촉구하고 있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새삼스레 새로이 내놓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노인․장애인․여성을 위한 일자리 정책’ ‘일을 통한 빈곤탈출 정책’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전략’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지원대책’ 등 각종 대책에서 언급되었었고, 현재도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에 있었던 내용을 반복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이러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그 원인에 대한 처방이 되지 못함을 집권 3년째에 이르고 있는 지금에도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대책도 대부분은 ‘언발에 오줌누기’식이 대부분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그 수는 현재 최저생계비 이하에 있는 대상층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학자금 대출제도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저소득층은 은행문턱을 넘어서는 데도 굉장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소득이 적거나 없다’는 것 자체가 대출을 받는데에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인일자리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최저임금 이하의 불안정한 일자리이며, 그마저도 실현 계획자체가 불투명하다. 2008년까지 복지예산을 연평균 예산증가율 보다 높게 늘려나간다고 하지만, 복지예산 비중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 비하면, 그리고 지금까지의 예산증가율에 비하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에 비하면 매우 모자라다. 이러한 예산증가율로 위에서 언급한 일자리 확충등의 계획은 그냥 문서상의 도표와 전망에 그칠 위험이 크다. 그리고 외국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빈곤감소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고, 별 실효성도 없는 대책으로 평가가 되고 있는 EITC를 도입하는 점을 보면, 대책의 ‘새로움’으로 빈곤대책의 ‘부실함’을 은폐, 왜곡하려는 의도마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쯤 되면 빈곤해결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빈곤의 상황이 사회적 위험이나 빈곤층의 저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참여정부 빈곤대책의 본질이라 할 수 있겠다. (노동자의힘 서울통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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