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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iece of Peace Festival

 

2009년에도 어김없이 'Rogpa'에서는 여러 행사를 치렀다. 'Rogpa'는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비정부 단체로, 티베트 난민의 경제적, 문화적 자립을 지원한다. 2005년,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록빠 무료 탁아소를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빼마(한국이름 남현주)와 제임스 부부를 중심으로 몇 사람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여러 '록빠'의 성원에 힘입어 5년째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있다. 'Rogpa'는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친구' 또는 '돕는 이'라는 뜻의 티베트 말이다.

 

올해는 부산에서 평화 티벳 팽창전, 따시델렉 일일찻집,  평화 티벳 캠프 등의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11월 1일, 홍대 앞에서 'A Piece of Peace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문화행사를 개최하였다. 무용, 마임, 퍼포먼스, 음악 등의 공연과 다큐멘터리 상영, 사진과 어린이 작품 전시회, 평화장터, 일일찻집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행사였다. 행사의 수익금은 티베트 어린이 평화 도서관 운영에 사용될 예정이다.

 

록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면, 현지에서는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를 지원하는 무료 탁아소와 티베트 여성의 자립을 지원하는 여성 수공예 작업장을 운영한다.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티베트 난민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들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자원활동가, 탁아소 학부모, 지역 주민이 힘을 합쳐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한다. 2006년부터 시작한 피스 티벳 페스티벌 다람살라에서 지역문화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는  티베트인들이 중심이 되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티베트 난민의 현실을 알리고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사를 기획한다. 인디밴드의 공연과 티베트 관련 영상을 상영하는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이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평화를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피스 티베트 캠프, 후원인,자원활동가, 그외 여러 록빠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따시델렉 일일찻집, 평화의 기운이 확장되기를 바라는 전시회와 상영회 중심의 피스 티벳 팽창전, 현지에서 생산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프리마켓 등의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11월 1일, 오후 2시에 행사장을 찾았다. 스텝을 제외하면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다. 행사를 진행하는 스탭은 주로 청소년들이다. 록빠 청소년 미디어 프로젝트 참여했던 아이들이거나 즉석 사진관과 평화 버튼 제작에 참여하는 하자 작업장의 아이들인 것 같다. '희망을 파는 아이들'이라는 희망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헀던 정배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보인다. 평화 장터와 벼룩시장 코너에는 현지에서 생산한 수공예품, 여러 곳에서 기부받은 물건들과 정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손수 만든 이면지 노트가 판매되고 있다. 일일찻집에서는 공정무역커피와 티벳탄 허브 티 등의 먹거리를 판다. 사전에 구매한 티켓으로 차 한잔을 마신다. 탁아소 아기 사진의 엽서는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다. 2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기념 머그컵을 살 수 있다. 컵에 그려진 나무문양이 평화의 기운이 자라는 느낌이 들어 컵을 받아든다.

  

입구에는 티베트를 배경으로 한 ,록빠 탁아소 아이들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인도에서 태어난 티베트 아이들이 티베트의 땅을 밟아 볼 날이 언제나 올런지... 한 여행자가 티베트를 여행하는 길에 탁아소 아이들의 사진을 가지고 가, 그곳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어색하게 합성을 한 것도 같고 오려 붙인 것도 같다. 티베트의 아이들이 티베트에서 자랄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사진 속 아기들의 웃음은 해맑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층에는 또 다른 여행자가 티베트 아이들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이 정리되어 있다. 그들과 찍은 사진, 여행기... 또박또박 적힌 그의 글씨와 손때 묻은 물건들은 작가의 정성 때문인지 글과 사진을 더 생생하게 살아있게 한다. 티베트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에는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이 역시 티베트의 현실과는 너무도 달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록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중고 디지털 카메라를 다람살라에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좁은 길에 상가와 노점이 즐비해있고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다람살라, 여행자를 통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며 성장하는 아이들, 그들 눈으로 보는 세상을 손수 카메라에 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티베트 어린이들이 찍은 사진은 놀랍도록 밝고, 아름답고, 또 자유롭다. 그것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온다.

 

이층 한 켠에는 티베트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과 정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만든 앞치마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희망을 나누고 평화를 지키는 일이 어른들의 일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미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롭고 자유롭기를 바라게 된다.

 

4시부터 공연이 시작된다. 록빠 청소년 미디어 프로젝트 참여한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상과 여러 공연이 무대에 올려진다. 온앤오프 무용단의몽환”(무용), 이정훈의거미”(마임), Et Aussi Dance(에오시 무용단) “QUATRO”(무용), 사토 유키에의 노래와 연주, 김진수의 "솔문"(퍼포먼스), 강성국의 퍼포먼스, 카락뺀빠의 노래와 연주, 이한주의 노래와 연주...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다채로운 공연은 애시당초 불가능했으리라. 처음 접하는 장르도 있고 낯설기도 하지만 다양성, 자유로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언젠가 제임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색 가운데 하나의 색이 사라지는 것, 그것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우리는 그 색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거라고, 어떻게 슬프지 않냐고... 그때는 그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지금 떠올려보니, 오랜 시간 지켜온 전통, 문화, 삶 그 모든 것들이 폭력에 의해서 짓밟히고 사라지는 일, 가슴 아프다. 슬픔은 천천히 전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http://www.rog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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