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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김남주 '나의 칼 나의 피'

나의 칼 나의 피

 

                                                                    김남주

 

 

만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과도 같은 것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와도 같은 것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만인의 만인의 만인의 가슴 위에 내리는

눈과도 햇살과도 같은 것

 

 

토지여

나는 심는다 그대 살찐 가슴 위에 언덕 위에

골짜기의 평화 능선 위에 나는 심는다

평등의 나무를

 

 

그러나 누가 키우랴 이 나무를

이 나무를 누가 누가 와서 지켜주랴

신이 와서 신의 입김으로 키우랴

바람이 와서 키워주랴

누가 지키랴, 왕이 와서 왕의 군대가 와서 지켜주랴

부자가 와서 부자들이 만들어놓은 법이

법관이 와서 지켜주랴

 

 

천만에! 나는 놓는다

토지여, 토지 위에 사는 농부여

나는 놓는다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 나는 놓는다

바위로 험한 산길 위에

파도로 사나운 뱃길 위에

고개 너머 평지길 황토길 위에

사래 긴 밭 이랑 위에

가르마 같은 논둑길 위에 나는 놓는다

나는 또한 놓는다 그대가 만지는 모든 사물 위에

매일처럼 오르는 그대 밥상 위에

모래 위에 미끄러지는 입술 그대 입맞춤 위에

물결처럼 포개지는 그대 잠자리 위에

투석기의 돌 옛 무기 위에

파헤쳐 그대 가슴 위에 심장 위에 나는 놓는다

나의 칼 나의 피를

 

 

오 평등이여 평등의 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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