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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0
    천상병의 '귀천', 가슴 속에 자리잡은 슬픔 꺼내놓기
    누구나

천상병의 '귀천', 가슴 속에 자리잡은 슬픔 꺼내놓기

천상병의 '귀천',

가슴 속에 자리잡은 슬픔 꺼내놓기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번 학기 야학 수업은 수요일과 금요일에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월요일에 야학에 못 간지 꽤 되었다. 월요일에 나오는 교사들과는 왠지 멀어진 느낌이 든다. 월요일 교사 한 명이 일이 있다며 수업을 대신해달라고 부탁했다. 월요일에 야학에 가지 않아 사람들 얼굴도 볼겸 선뜻 응했다. 부탁받은 수업은 물푸레나무반 2,3교시 국어수업. 수요일에 보조교사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물푸레나무반에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교재에 있는 시, 두 편과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감상했다. 교재에서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긍정하는 내용의 시라고 소개하고, 간략하게 '시를 읽고 난 후의 느낌'과 '하늘로 돌아갔을 때 소개하고 싶은 세상'에 대해 묻는 문제가 나온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에게 이 시는 아름다운 시가 아닌 가슴 아픈 시로 다가온 듯했다. 그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 친척, 지인들을 떠올렸다. '죽음'을 '하늘로 돌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슬픔은  마음 속에서 깊고 크게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는 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하늘로 돌려보내는 일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학생 중 한 분이 살짝 눈물을 보였다. 지인의 죽음을 떠올리면 이내 그 때 감정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익숙해질 수 없는 슬픔. 

야학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눈물바다가 된다. 고향, 어머니, 자식...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낱말이 유독 그분들 마음 안에서는 슬픔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슬픔을 꺼내서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고 의지하게도 되지만, 일단 그 슬픔을 꺼내놓는 일 자체가 너무도 힘들다. 그 당시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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