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낯설까 불편할까 감동이 있을까 갖은 긴장을 안고서 단위 사업장 집회로서는 일 년만에 찾은 성신이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솟구치는 것도 아니오, 특별히 맘이 뜨거워진 것도 아니오, 딱히 불편하거나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도 아니오, 별 느낌 없이 흐느적대는 내 마음 때문에 새삼 긴장이 되었다. 불합리마저 세상 이치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더라도 불합리한 일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에는 변함 없다. 자신의 입장에 대해 무덤덤하다면 그것은 입장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많은 문제들에 있어 갈수록 그렇게 되어가는데 그 곳에서도 내 눈은 제 3자, 관찰자, 기록자 등의 시선이었다.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괴로운 마음이 드는 것은 또 왜일까.

  세계를 자연스럽게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열정적으로 살아내기란 어려운,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커다란 관조와 그 안에 존재하는 작으므로 아름다운 열정, 그 두 가지를 나는 다 갖기를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을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평형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너무 시니컬하고 잔잔하지는 않게, 또한 너무 격정적이지는 않게 살아갈 수 있기를. 이렇게 적어보지만 왠지 공허하다.

   가끔은 그립기도 했던 사람들, 딱히 보고 싶은 것도, 보기 싫은 것도 아닌 사람들을 막상 마주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지 못했던 것은 왜일까. 

  모든 일에나 사람에나 어떤 기한 같은 것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묵을수록 좋다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묵은 친구는 옛 친구로 남은 채 가끔 만날 때 좋은 것이지만, 묵은 친구가 지속적인 일상의 관계가 된다면 글쎄, 그래도 사람은 묵을수록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새벽에는 가위에 눌렸다. 짧은 인생 사는 동안에, 가위를 눌리는 순간 나를 덮치는 공포보다 두려운 것은 아직 없더라. 지금 내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혹 오늘 밤에 생애 일곱 번 째 가위를 눌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사람이 원초적인 본능, 감정을 자극당하고 나면 그 밖에 무엇을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9/03 22:28 2008/09/03 22:28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peel/trackback/101

« Previous : 1 : ... 169 : 170 : 171 : 172 : 173 : 174 : 175 : 176 : 177 : ... 22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