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 여자 양궁 선수의 64강 경기를 보는데, 우승 후보인 그녀와 맞붙는 상대는 64강에 진출한 64명 중 64위를 차지한 모로코의 아부다라는 선수였다. 상황도 드라마틱했지만 아부다 선수가 특별히 내게 인상을 주었던 건 마흔 살이라는 나이와 양궁을 시작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중계위원의 해설 덕택이었다. 서른 다섯에 스포츠를 시작한 결단 후 5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노력했을 시간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언제나 9점 아니면 10점을 쏘는 한국 선수들에 맞춰 높아진 눈으로 본 아부다 선수의 실력은 훌륭하지는 못했지만 그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휴, 멋지게 사는 타인을 보고 멋지다고 감탄하는 건 전혀 멋지지 못한 일이지.

 

 

 

  그리고 방금 싸이월드 대문에 걸린 글 하나를 읽었다. 이윤진 씨가 쓴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만큼 값진 88위 박성백 선수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참조해서 적어본다. 88년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출전권을 따냈다는 박성백 선수에 관한 이야기다. 245.4km를 달리는 이 종목의 출전선수는 143명이었고, 그 중 완주에 성공한 이는 90명이었다. 박성백 선수는 88위로 들어왔다. 

  여기다가 자전거 순례를 갖다 대기도 뭐하지만, 이틀 동안 150km 좀 넘게 달렸나? 15시간은 족히 걸리도록 천천히 가면서도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불끈 불끈 하던 걸 생각하면 정말 손바닥 찢어지게 박수 쳐주고 싶다.  

  이런 종목이 있었던지, 우리 나라 선수가 출전을 했는지 마는지도 까맣게 몰랐던 나처럼 국민 대다수도 그랬을 것이다. 방송 3사에서 메달 메달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전담 코치도 없었다던 그는 조용히 귀국했다.

 

  스포츠야말로 진정 드라마라는 사실을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이미 충분히 빛나는 꼴찌들의 열정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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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13:01 2008/08/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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