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무슨 캐릭터 닮았는데ㅋㅋ 박태환이 누구냐고 물었다가 넌 대체 어디서 왔냐는 핀잔을 들었던 게 몇 달 전이다. 유명한 수영선수라는데 왜 유명한지는 몰랐던 나는 그의 유명세가 외모 때문인 줄 알았다가 찾아보고 뭥미 했었다. 그리고는 그냥 아오안이었는데, 오늘 수영 중계 방송 중에 박태환 전기(?)와 기록을 보여주는 화면을 통해서야 박태환을 제대로 알았다. 아, 어린 나이에 이리도 대견할까! 

 

  박태환이 패드를 터치하던 순간엔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서가 아니라,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노력했을 박태환, 그가 승리의 순간에 느꼈을 환희가 내게도 전해져서였다. 사실 오늘 제일 짜릿했던 건 400미터 혼영에서 3위를 달리던 체흐 선수가 스퍼트를 내서 2위로 올라가는 순간이었지.   

 

  경기 전부터 온 방송사에서 박태환 금메달 어쩌고 하면서 미리 영웅 만드는 걸 보면서는 좀 짜증도 났다. 저렇게 띄워놨다가 금메달 못 따면 어쩌려고, 금 아니면 금새 아오안인 한국인들에게 박태환이 상처받게 될까 걱정했는데, 잘 해줘서 다행이긴 하지만 설레발은 좀 안 치면 좋겠다. 그 놈의 금금금. 언제나 3등이어서, 그게 서러웠다는 최민호 선수의 설움도 사실 이치에 안 맞는 거다. 세계 3위가 무슨 어디 개 이름도 아닌걸, 우리 나라 풍토는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다.

 

  세상이 놀랄 일이 생길 거라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이 바탕이 되었을 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나와 준 결과에 눈물을 흘리던 최민호는 정말 빛이 나서 참 부러웠다. 스포츠 선수들이 하루하루 어떤 인내로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해 보면 숙연해진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 한해서 이런 생각이 더 강렬해지는 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도 같다. 역도 경기를 봤으면서도 은메달을 딴 여자 선수는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네... 1등과 2등의 실력이야 종이 한 장 차이겠지만 '최고'라는 두 글자의 매혹은 아무래도 진득해서.

   

  선수들의 지난 시간과 노력에 대해 생각하면, 모든 경기가 다 드라마가 된다. 스포츠 중계를 이렇게 즐겨본 적이 있었을까. 내일 경기들이 엄청 기다려져서 막 두근거린다. 시험기간엔 뭐든 다 재밌지 그냥.

 

  3S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한게, 요즘같이 어이없고 짜증스러운 세상에 한 줄기 숨구멍이 되어주는 올림픽은 참 소중하지 않은가. 그 순간에라도 시름을 잊어보세. 이렇게 말하는 순간 다시 답다압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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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0 12:57 2008/08/1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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