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빌어먹을~' 하고 내뱉는다. 빌어먹는다는 건 스스로 벌어먹지 못함을 의미한다. 빌어먹을 세상이든 놈이든, 그거 참 큰 욕이라는 걸 빌어먹어 본 사람들은 안다. 남에게 빌어먹지 않고 벌어먹기 위해서, 그 점 하나를 찍기 위해서 그렇게들 아둥바둥 살아가는 게 아니겠어. 마극사 씨는 '노동은 사람의 본성이다'고 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벌이는 사람의 본성이다'가 현실적으로 더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어떤 이유로든 벌이를 못하면 존중받기 어려운 세상인데 벌어먹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사람마다 각각이 높낮이가 다르니, 이런 빌어먹을~

 

  뜬금없는 소릴 하는 건 오늘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일한 댓가로 돈을 만져 본 게 어언 반 년만이라니! 일이래봤자 꼴랑 하루에 두 시간씩 앉아서 세상 편하게 입만 좀 나불대는 거고, 그에 비해 사실 터무니없이 비싼 임금이지만 조금도 찝찝하지 않다...고 생각하려 노력해야지. 어쨌든 가슴이 상쾌하게 탁 트이는 기분인걸. 갑자기 막 용기가 솟고 인생이 안정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ㅋㅋ 그간 엄마한테 용돈 타 쓰면서 어찌나 맘이 옭죄이고 불편했던지 후~ 알바 좀 안 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손 놓은 채로 한두 달이 지나니 그렇게 일이 하고 싶더라. 부모든 누구든 남의 돈 받아 쓰는 건 정말 못할 짓이다. 무얼 하든 일단은 내 입 벌어먹을 놈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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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13:02 2008/08/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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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8/08/24 13:13 Delete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미중년'으로 시작되는 글을 읽다가 재미 있어서 지난 포스트까지 쭈욱~ 훑어 보았답니다. 문창과 또는 언어학부에서 공부 하시는 분인가봐요? 글들이 상큼 발랄하고 솔직해서 흥미로워요. 굳이 글에 대한 평을 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좋아하는것 같아서...ㅎㅎ 사실은 저조차도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암튼, 잼있어요..관심가는 블로그예요.. 글쓰는 재주도 있는듯하고..블로그 친구나 할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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