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다른 살아 있는 것들의 삶 때문에 아프고 죄스러워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게 편하게 생겨먹지를 못한 종족이다. 요샌 동정심이 칠거지악 중에 으뜸이라고도 하더만은, 어쨌든 나는 성선설을 충실히 믿는다. 아픈 동정심은 훌륭하고 아름다운 감정이 아니라 원죄를 진 인간이 당연히 갖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타자를 동정한다는 것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말이다.

  인간 외에 어떤 동식물도 타 종種에게까지 동정심을 갖지 않는다... 확인한 바 없지만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이기적으로 자기 종족 보존에만 신경 쓰더라도 세계는 자연스럽고 문제 없이 지속될 수 있다. 신이 인간에게 공감 능력과 동정심을 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닿는 것마다 모조리 망가뜨려 놓는 인간에게 그것은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보루일 테다. 

  동종 간의 공감을 인간 외의 타자에게까지 확장해야 한다기 전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먼저 사람들을 생각하며 가없이 슬퍼진다. 한편 그 슬픔을 빤히 바라보는 일은 살짝 즐겁기도 한데, 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우스운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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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1 12:34 2008/08/1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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