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간에도 이혼 같은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얕은 신음을 내며 기지개를 펴는 온이를 보았다. 녀석이 어떤 몸짓을 하든 온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면, 내 안의 모든 나쁜 기운이 사그라들고 작은 기쁨이 애틋하게 퍼져 나간다. 이런 걸텐데, 날 보는 엄마 아빠 마음이. 물론 나는 온이와 달리 좋지 않은 표정도 짓고 좋지 않은 말도 하니까 마냥 그렇지만은 않을 거다. 우리는 적어도 언어를 공유하고 있는데, 온이와 소통하는 것보다 엄마 아빠와 제대로 대화하는 게 더 어렵다.

  자꾸만 상처 주게 되고, 그 상처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고, 더 이상 못 견디게 지긋지긋해졌을 때, 좋은 시간이 있더라도 되풀이되는 모든 시간에 지쳤을 때 부부는 이혼을 한다. 일단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어야 해. 착한 얼굴을 하고선 난 우리 아빠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들을 TV에서건 실제로건 여러 번 본 것 같다. 난 아빠랑 닮은 구석이 한 군데라도 있는 남자라면 뒤꽁무니도 쳐다보기 싫다. 하,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결국 내게 생채기 내는 말들을 마구 내뱉고 싶어진다. 나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고, 들었던 철이 이제는 바스라져 떨어진다. 우리 온둥이 보면서 착해지자, 착해지자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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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30 12:32 2008/07/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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