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전까지 내 옆방에 살던 남자에 관해, 아니 정확히는 두 켤례뿐인 그의 신발과, 방문 앞에 놓은 그의 신발을 보고 그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자연스레 확인하곤 하는 나와, 기타 등등의 것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했었다. 그 남자는 다른 방으로 옮겼고 옆방에는 이제 그 남자의 친구가 새로 들어와 산다. 또 내 앞방에도 그들의 친구가 원래 살고 있었다.
우리는 가끔 식사를 하다가 마주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 아, 물론 나를 빼고 그들끼리는 간간이 두어 마디 나누긴 한다. 저녁을 먹는데 키가 크고 피부가 뽀얀 앞방 남자가 식당에 들어와서 식사를 시작했다. 조금 후 옆방 남자(옆방1)와 이전의 옆방 남자(옆방2)와 함께 들어왔다. 앞방이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옆방1에게 말을 건넨다.
"너 아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냐? 그 여자...ㅋㅋㅋ"
앞방은 그러면서 옆방2에게 설명을 한다. 나는 앞방이 이렇게 많이 이야기하는 걸 처음 본다.
"나 아까 들어오는데 옆방1이 길거리에서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나 옆방1 아는 척 안했잖아. 교회 사람인 것 같은데 나까지 거기 말려들 것 같아서."
그리고 앞방은 계속 킥킥댔다.
알이 커다란 안경이 코 아래로 미끄러지도록 내버려두는 옆방1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아... 일학년 때였으면 한 이십 분은 붙잡혀 있었을 텐데. 그래도 지금은..."
옆방1의 어눌한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까지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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