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랑글임을 경고하는 바임.....

 

 

 

 

 

  나는 요새 스스로를 보며 여러모로 마음이 참 넓네? 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 합평도 부드럽게 하고, 평가서도 후하게 쓰고, 평소같음 좀 짜증났을 행동을 보아도 그냥 그런가부다 웃으면서 넘겼다. 사소하지만  마음을 괴롭히던 몇 가지 일과 사람들도 나와 별 상관없는 것 같다. 시험 하나를 째고서도 마음 편하기만 하고, 공부 안하는 시험 기간의 스트레스도 별루 없다. 늦게까지 과제를 하면서도 즐겁다.

 

  칭찬의 힘이다. 사실 이젠 뭘 써내거나 발표했을 때 칭찬을 듣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하는 계제이지만  이번은 자극이 좀 컸다ㅎㅎㅎ  첫날엔 종일 심장이 두근 거리는 흥분 상태였다능ㄷㄷㄷ 인정의 기쁨을 줄만한 가치가 있는 이에게 인정받는 건 지리한 남자 따위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섹시한 일이다.

 

 '항상 호소력 있는 글쓰기와 내면에서 우러나는 결론에 도달하는 보기 드문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텍스트를 심도 있게 읽어내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도 남다르다고 봅니다. 秀.'

 

 

  정외과 수업에서 돌려받은 레포트에 대한 선생님의 논평.. 

  특히 '보기 드문'과 '남다르다'는 말에 완전 녹아내리겠다 힝ㅋㅋㅋㅋㅋㅋ

  지난 번 레포트도 최고점을 받았지롱 ㅋㅋㅋㅋㅋㅋ  그 때도 난 덤덤하고 어수룩하게 놀란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막 뛰고 흥분이 되어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난 왜 점잖게 이런 일을 혼자 마음 속으로 삭히는 세련된 면을 지니지 못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요새 스트레스 절정으로 받고 있으니 이 정도는 애교로....

   어쨌든 내게 이 선생님의 칭찬은 참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3년 전에도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는 걸 선생님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대학에서 내게 처음 칭찬을 해준 선생님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여 전, 저 선생님이 하셨던 수업을 들었었다. 당시 2년차였던 나는 한 번 학고를 맞은 후로도 성적표에는 C D F가 우글거리던... 야만의 시간를 살아내고 있었다. 이러저러 하는 일들은 많았지만 어쨌든,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건 결국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수업 외의 다른 일들에서도 큰 의미를 찾고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자책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같이 수업 듣던 친구들의 질책과 독려(?) 때문에 밤을 새가며 용케 제 날짜에 맞추어 낸 나의 레포트는 나홀로 만점을 받았고 그에 대해 선생님은 칭찬을 퍼부었다..............고 들었다. 선생님은 잘된 레포트를 골라 읽고 논평하곤 했는데, 난 레포트를 돌려받던 날에 수업을 빠졌던 것이다. 영광의 시간에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이 나는 솔직히 두고두고 아쉬웠다.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의 칭찬은 나도 공부를 잘 할 수 있구나, 하고 싶다!! 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그건 그때의 나에게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이 소중한 거였다. 그 땐 평택에 다니느라.. 수업에 잘 빠졌기 때문에 선생님이 평택 문제에 대해 나한테 묻고, 또 내가 입고 다니던 선본복을 보며 그 선본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좋았다. 사실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그런 칭찬은 사실 별로 노력한 거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칭찬을 통해 나는 정말 어린 아이가 어른에게 칭찬받고 관심을 받는 데서 느끼는 그런 소박한 기쁨을 처음 맛보았던 것 같다.

 

  그땐 그 외로도 재미있는 생각을 했었다. 그 수업 시간에는 평소에 토론이 활발했는데, 나는 뭐 공부도 안하고 아는 게 없으니 언제나 꿀먹은 벙어리였으면서두, 몇몇의 복학생 남자 선배들이 그 토론을 주도하는 게 못마땅했다. 남성과 여성의 말하기 방식, 나이가 갖는 권력 뭐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했고, 그보단 내 눈엔 별로 중요한 말같지도 않아보이는 이야기들로 수업이 질질 끌리곤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칭찬 이후, 그때 생각에도 지금 생각에도 유치하지만 나는 왠지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린 것 같은 승리감에 취하기도 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성적표는 반을 기점으로 하여 극단으로 나뉜다. 첫 4학기 동안의 막장 성적표에서 주변인들이 인간 승리라고도 했던 성적 향상이 가능했던 데에는 여러 가지 계기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선생님의 첫번째 칭찬을 언제나 기억하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에 완전 동의한다. 칭찬과 인정이 허영심을 좀 자극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게 없다면 무한한 한계 안에서 허무함에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받을 수도 없는 법...  그리고 스스로 내 것에 대해 인정할 만하다고 느낄 때에야 남도 인정해주는 법이라..

  글도 안 쓰다가 자랑질하는 글은 열라 길게도 썼다...ㅋㅋㅋㅋㅋㅋㅋ   공부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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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1 13:41 2009/06/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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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횬종
    2009/06/28 00:07 Delete Reply Permalink

    간만에 와서 글 읽다가 이 글 읽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 예뻐, 자랑질도 ㅋ

    1. Re: 어느바람
      2009/07/01 00:26 Delete Permalink

      댓글다는 이는 언니뿐ㅜㅜ 왜 이 글 읽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정말 미스테리인데... 무튼 정말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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