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구매를 하거나 누군가의 세컨드가 되는 일에는 서로 맞닿은 점이 있다. 물론 저런 일의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아는 두 남자의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다. 세컨드질하는 남자는 어떻게 두 가지가 같냐고 발끈하더라만.

 

  한 남자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섹스에 응해주지 않을 때, 그녀와의 섹스가 살짝 부족하게 느껴질 때 성구매를 한다.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칭얼대거나 강요하거나, 혹은 애인 아닌 다른 여자에게 연애 감정을 가장하여 섹스를 얻어내(?)느니 성구매가 차라리 깔끔하다는 것이다. 나는 나름 설득력 있는 논리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남자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의 세컨드 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잘 해낸다. 질투만 안 하면 되는 건데 자신은 그녀가 좋긴 하지만 그녀의 남자에 대한 질투는 없으니 괜찮단다. 진짜 연애를 할 때보다 매일 게 없으니 답답하지 않다. 질투 없는 남자가 여자를 귀찮게 할 일도, 어쨌든 제 남자친구에게 폭 빠져 있을 여자가 세컨드를 귀찮게 할 일도 없을 테다. 나는 이 남자는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관계란 참 편하겠구나 생각했다.

 

  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베버가 지적한 현대의 가장 큰 특징인 합리성을 체현하는 그들은 진정한 모던 보이다. 손해볼 일도 머리 아플 일도 없다! 어떻게 사람 사이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가 생길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돈 필요한 사람은 돈 받고, 섹스하고 싶은 사람은 섹스 하고, 가끔 다른 남자 만나고 싶은 여자에겐 세컨드가 대령이요, 구속없는 사랑을 원하는 남자를 구속할 여자가 없다.

 

  그렇지만 상처받지 않는 것은 본인들 뿐이다. 성매매 산업의 구조와 성매매 여성의 문제를 얘기하려면 논의가 너무 넓어지기 때문에 차치하고라도, 자신의 오랜 애인이 주기적으로 성구매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도 나처럼 그것 참 합리적이군,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자기 말고도 남자친구라고 부르는 남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남자는 '그래, 넌 날 더 사랑하니까, 마음만 안 주면 된 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또한 두 번째 여자친구를 갖고 있다면 모를 일이지만. 

  이를 모르는 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자기 필요에 맞춰 생각한다는 게 둘의 공통점이다. 질투 안 할 만큼, 귀찮지 않을 만큼으로 마음을 가두는 게 진정 행복하지 않다고는 내가 함부로 말할 수야 없는 일이다만.

 

  나는 이 두 남자와 친밀한 관계이고 그들을 좋아한다. 친밀한 정도와 상관없이 남에게 간섭하기는 내키지 않는 일이다. 쿨하려면 관련된 이들이 모두 인정할 수 있게 당당하게 쿨하라, 그게 아닌 이상 최악으로 찌질할 뿐이라고 전하고 싶지만 나 역시 그들과의 사이에서 머리 아플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대신 나는 말한다. 그래, 두 분 참 합리적으로 사시네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구질구질한 고민과 싸움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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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13:21 2009/06/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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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카
    2009/07/03 00:34 Delete Reply Permalink

    잘봤다-_-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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