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는 통속적인 것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고 싶다고,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몸을 맡겨야 한다. 삶을 멀찍이서 내려다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털끝만치도 이방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심할 줄 몰라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살아 가려면 모두가 연기하고 있는 그 통속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물론 나는 속기가 차고 넘친다. 자조적인 진술들이 종종 의도하듯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속뜻을 예쁘게 포장하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보다는 딱 요만큼, 요만큼이 부족해. 순진함이야말로 진정한 속물의 조건, 내게는 벌써 허락되지 않을 그 요만큼.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당위 혹은 작위적이라면 결국은 닿을 수 없는 것일까. 숫자 하나가 모자라 일등먹지 못한 로또의 주인처럼 울고 싶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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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12:11 2008/06/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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