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밥은 아무데서나 먹어도 잠은 한 군데서 자야한다는 옛어른들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며 살아왔다. 내 방에만 콕 박혀서 지냈던 지난 일 년을 생각해보면 제 2, 제 3의 아지트가 없더라도 없는 대로 살아지긴 하던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입성하자마자 옛날 습관이 꿈틀거리는 걸 눌러 참는 중이다. 친구 방에 무람없이 찾아가 넌 할 일 하고 난 그냥 구석에서 자도 될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근처에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는 타인의 방이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들락거릴 일은 없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방들에서, 나름의 밤을 보내고 있을 지인들을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좋은걸.

  누군가와 생활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밤에는 아무라도 옆에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 옆에서 쌔근거려주고 해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잠들 텐데. 슬리핑메이트 같은 게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낫겠어. 많은 여성들과 잠자리를 해 본 결과, 이성애자인 여성끼리 한이불을 덮는 것까지야 편하지만 내가 바라는 만큼의 접촉은 있을 수도 없고 전혀 내키지도 않는다. 그치만 이성 간에 섹스 혹은 섹슈얼 무드 없이 말 그대로 피부만을 맞대고 포근한 기분으로 잠드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역시 답은 온이 뿐이구나, 온아… 보고, 아니 만지고 싶어ㅠㅠ 난 온이의 몸만을 원했던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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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4 12:17 2008/06/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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