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와서 배운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바로 하나를 꼽자면 '자본가와 정부는 콩으로 메주를 쑨 대도 의심하고 보자'이다. 나는 사람을 잘 신뢰하지는 못해도 누가 하는 말은 미련할 정도로 있는 그대로 믿어버리는 편이다. 싫어하던 사람도 나한테 좀 잘해주면 좋아지고, 대따 큰 잘못도 사과받으면 금방 풀어진다.  저편에서 '알았어, 그럼 이러이러 해줄께'하면 바로 '정말 고맙다, 우리가 그간 너무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던 시절이 길었다. 저편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멈추면 안 된다는 발언들이 비합리적이고 지나치다고 느낀 적도 많았다. 그랬다가 순진한, 아니 멍청한 믿음을 배반당하고 상처받았던 게 몇십 번이었을까. 나는 대체 왜 이 편보다 저 편에다 더 순결한 믿음을 갖다 바치려고 애를 썼던지 모를 일이다. (이 편과 저 편으로 나누는 건 안 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옭아 맸던 시간들도 이제 지긋지긋하고 난 확실히 '저 편'하기는 싫으니까 그냥 막 나눌란다.)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신뢰하지 않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를 참 오래도 싸안고 살았다. 자본가와 정부에게는 사흘에 한 번씩 대거리를 해 줘야 적어도 투명인간 취급은 안 당한다.

 

  풀리지 않는 스토리에 낑낑거리느라 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있던 때에 거리에서는… 하. 제발 많이 다친 사람들만 없기를. 나는 천성적으로 외부 세계에 무심한 타입인 듯한데, 내 감성이 세계와 연결되는 순간 소위 '사회문제'라는 것에 도무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며칠째 거의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서만 보냈더니 온몸이 찌뿌둥하고 허리도 아프네, 아고고. 주말이 오고 과제가 끝나면 운동 좀 해야겠다. 무슨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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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12:17 2008/06/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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