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마감 세 시간을 남겨놓고 아직 한 글자도 써내지 못한 상태에서, 심산스런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평소에는 본 적도 없는 백분토론을 받아 보던 중에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송호창 변호사. 검색해보니까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미중년 '엘프'변호사가 되어 있더라.ㅋㅋ 희한하게 진성호나 변희재는 어쩜 생긴 것부터가 비호감이지?

 

  여기서 초점은 '미중년'이니 백분토론 이야기는 각설하고, 미중년이 지금과 같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중년은 남녀에 상관없이 찾아오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미중년'이라는 호명은 남성에게만 해당된다. 여느 CF의 카피처럼 여자의 피부는 권력이 맞고, 그래서 여성에게는 세월이 치명적이다. 물론 나이 든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도 많지만 그것은 보통 그녀들이 '늙지 않았다, 여전히 젊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며,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이 여성의 '美'로 연결되기란 드문 일이다. 

 

  미중년은 단지 곱게 늙은 남성이라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중장년층 이상은 되어야만 획득할 수 있는 부나 사회적 지위, 어떤 분야에서의 권위 등이 미중년이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이다. 남자에게는 세월이 권력이 되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앞서 이야기한 조건들을 획득한 남성에게 사실 외모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미중년의 탄생에는 외모보다 더 결정적인 요건들이 작동하고 있지만, 루키즘의 마수가 미소년을 넘어 미'중년'으로까지 뻗쳐온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미노년'이 등장할지도?

 

  남성들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에, 여성들은 미중년에 하악하악하는 시대다. 여성의 가치를 외모와 젊음으로 결정하는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듯이, (특히 나이 든) 남성에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조건들 역시 남성을 억압하고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여성주의 해서 같이 잘 살아보자고요.

 

 

  어쨌든 완소 미중년님들 몇을 첨부하자면,

 

염재호 - 미중년계의 원조격 거장이자 지존. 캠퍼스에서 그를 본 것은 딱 두 번이었지만 그의 트렌치코트와 은발은 먼발치에서부터 빛나며 도드라지더라니!

 

 

 

손석희 - 무테안경과 일정한 목소리 톤, 청결한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 거기에 100%에 다다르는 신뢰성 게이지까지, 정말 재색을 겸비하셨다. 몇 년동안 시선집중을 들어야지 생각만 해왔지만 올 여름엔 꼭 들어봐야겠다. 앞머리를 들추면 굉장히 넓은 이마가 있을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나 충분히 아름다우셔.

 

 

 

천호선 - 얼마 전 모 언니의 강추로 접하게 된, 내게는 뉴페이스. 대변인 할 때에는 자세히 본 적이 없어서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 사진들을 탐색해보니 사람 좋은 인상에 이만하면 미중년 소리 듣기에 모자람은 없을 듯.

 

 

 

박범순 선생님 - 요새 수업 듣고 있는 중이라 넣어봤다. 사진은 좀 후덕하게 나왔는데, 동안에 이목구비 뚜렷해주셔서 참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다. 매끄러운 피부와 살짝 능글맞은 인상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유머 감각 있는 수업이 나름 호감.   

 

 

   이렇게까지 해놓고 '미중년'이건 '추중년'이건 사실 별 관심은 없어, 라고 하면 신뢰받을 수 없으려나? 나이 든 남자에 대한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실제의 이성적 대상으로는 상상도 안 된다. '나이 듦'이란 무지하게 매력적인 만큼이나 이성에 대한 성적인 존중과는 양립하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바이다. '어떤 경로로든 학부모의 접대를 받지 않고, 그래서 다른 교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던' 자칭 진보적이고 얼굴 반반한 중년의 교사는 교생 온 여학생들에게 그렇게도 집적거렸다더라, 아니, 그건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추천서와 수강신청 문제로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있는 교수의 젠틀함과 세심함에 참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는 그에 관해 실망스러운 사실을 듣기도 했었지. 인자하고 지적이고 마음 넓어 보여도 겪을 거 다 겪고, 많은 일들이 그저 쉬울 노련하고 세련된 아저씨들은 노땡쓰요. 그쪽도 마찬가지일테지만, 허허. 하기야 나이가 많이 들지 않은 남자라고 해서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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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7 12:18 2008/06/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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