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일을 설명하고 싶고 그대로 흘려보내면 될 인연을 뒤늦게 끌어당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한 충동이 상대에 대한 배려고 애정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저 일종의 결벽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달리 바라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좋은' 상태를 유지하길 바라고, 말해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마음 속 이야기들을 모두 해소해버리고 싶은 욕망은 기실 상대의 감정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귀찮아서 무심해서 내가 내버려두는 많은 관계들을 생각해 보면, 내 결벽이라기보다 특정한 상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 혹은 그에 대한 관심 때문이겠지. 간단한 이야기를 빙 돌렸구나.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지나고 나서야 바로 보이는 일들이 있지만 후회와 반성은 언제나 너무 늦다. 같은 이유 때문에 각각이 다른 실수들을 여러 번 저지르는 걸 보면 학습 능력이 없나봐. 언젠가는 안 보게 될 사람이 어디 있어. 안 볼 수는 있어도 칼로 베듯이 베어지는 마음이 어디 있고 관계가 어디 있어. 단 일 분이라도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다면 결국 상처는 나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아니, 그 사람이 아니라, 왜 난 내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지 못했던 걸까. 정말 바라는 것도 모르는데 솔직하다는 건 대체 어디에 대해 솔직하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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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12:21 2008/06/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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