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릴없이 싸이 앨범을 뒤적거리다 온둥이 어릴 때 사진을 보았다. 녀석과 헤어진 지 2주, 딱히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아서 없어도 괜찮네 하며 지내고 있던 차였는데, 준비없이 목이 콱 메어 버렸다.

 

  작년 봄, 녀석을 데려오기로 약속한 후에 나는 굉장히 들떠서 온이가 올 날을 정말 손을 꼽아 기다렸었다. 그런데 막상 녀석을 집에 데려와서 하루 이틀 지내 보니 우리의 관계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온이는 엄마가 필요한 때였지만 나는 누구에게라도 엄마 비슷한 역할을 해 줄 만큼 넓은 사람이 못 되었다. 나는 작고 약한 것을 대하기가 난처했고 애처로움과 책임감 때문에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결국 온이에게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생전 처음 겪는 종류의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는 건 당시에도 알고 있었고 지금 돌아봐도 명백하다. 녀석의 세계에는 내가 전부였고 거기서 우리의 모든 이야기는 비롯되었다. 온이에 대한 내 감정은 테레사를 사랑하게 된 토마스의 마음과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종종 생각하곤 한다. 느닷없이 내 시간 속에 끼어든 고양이 한 마리가, 이렇게 누굴 그리워해 본 적 없을 만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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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5 12:24 2008/07/0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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