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짧은 연락 닿기조차 어려운 사람이 있단 게 새삼 신기하다. 전화 걸 수도 없는 곳에 있는 이가 그리워지니 괜시리 곤란한 척 한번 해본다. 내 숱한 가벼운 약속과 번복에 쏟아지는 타박들을 꿋꿋이 견디면서도, 군인에겐 한 번 밖에 써보지 않은 편지마저 기꺼이 쓰고 싶어졌는데 주소를 모른다니 이렇게 안타까울 데가. 그치만 안다고 해서 편지를 부치게 될까? 주소야 조금만 수소문하면 알 수 있을 텐데, 그 사람을 그저 그리워만 하면서 며칠이 흘렀다.

 

  저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요즘 같은 세상에 오래 닿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만나는 건 사실 참 쉬운 일이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이란 단서가 붙지만. 그도 어려우면 가볍게 미니홈피에 글줄이나 남기는 건 어때.

 

  키보드를 휴대폰을 만지작거려 보다가도 결국엔 놓아 버리는 순간이 씁쓸할까? 아니다. 추억과 현재 사이의 망설임, 그리움은 그 곳에 머무를 때 가장 감미롭다. 생각만 하면 마음을 어떻게 알아, 연락을 해야지. 나 역시 곧잘 내뱉는 소리지만 뭐든 말하고 드러내라고 강요하는 시대에 가끔은 망설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늦은 밤 내가 찾는 건 이름 모를 환상도 아닌 작은 라디오ㅡ가 아니라 달콤쌉싸름해지도록 서성이는 그리움. 이 밤, 문득 떠오른 나를 두고서 망설이는 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혼자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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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12:26 2008/07/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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