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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경제위기다. 사실상 맑스주의자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일상적인 국면 조차도 위기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라는 것이 모순에 의해 작동되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착취를 통한 불평등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해서,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이른바'가 붙는다.
재미있는 것은, 몇 해전부터 인기였던 펀드니 주식이니 하는 돈벌이가 소위 자파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야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주변엔 처지도 안되면서 꽤나 무리를 한 사람도 있다.
나는 스스로 맑스주의자라고 믿는 사람이고, 해서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노동을 통해 생산되지도 않는 가치에 대해 돈이 오간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식과 펀드는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그런 사기에 발 붙이고 있는 좌파들은? 꽤나 유능한 경제 전문기자인 이정환은
'좌파가 주식투자를 해도 좋은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좌파라면 주식투자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주식시장을 통한 부의 이전 또는 약탈에 저항해야 하고 불로소득의 유혹에 넘어가기보다는 노동자로서 당당히 노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자본의 연대에 맞서기 위한 노동자들의 폭넓은 연대를 모색해야 하고 한계에 부딪힌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
나는 기본적으로 이정환의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
실제로 얼마전 기륭전자 투쟁을 위해 방미투쟁단을 보내겠다고 했던 진보신당에는 노조원임을 자처하는 이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스스로 기륭전자의 주주라고 밝히면서, 진보신당의 투쟁이 자신과 같은 노동자들의 이익과 반하고 있다는 항의였다. 처음엔 웃었지만, 나중엔 분노했다.
생각해보라. 주식이라는 것은 미실현된 가치에 대해 미리 값을 매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회사가 장기적으로 100만큼 성장할 것인데, 현재 80 정도니 향후 20만큼 추가적인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집값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재 1억 정도여도 장래에 1억 5천까지 뛸 수 있다고 믿음으로서 그 집을 1억 2천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이런 기대를 '신용'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바로 이런 '신용'에 문제가 생겼기때문이며,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이러저러하게 될 것이다'라는 체제의 자기기대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소위 좌파가 자본주의 체제의 자기 기대에 부응하는 주식과 펀드를 한다니... 몸따로 마음따로라는 말인가? 오히려 말로는 급진적이면서도 사실 집에 돌아가면, 주식현황판에 코박고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런 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땅가지고, 주식가지고 돈을 벌지 못하는 바보들은 여전히 바보로 남고 영약하게 자본주의의 기대치를 실현하면서 돈을 버는 이들이 칭찬을 받는 상황이 운동판에도 만개해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좀더 확대시키면, 우리가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이 자본주의의 자기 기대를 실현시켜 주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식과 펀드도 그렇지만, 솔직히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해 '경제위기'라고 칭해주는것 자체도 그런 맥락이 아닌가 생각된다. 위기는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인데, 스스로 위기 담론에 빠져들면 그들의 나쁜 패를 받아들이게 되는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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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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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군요. 물론, 저에겐 펀드와 주식을 할만한 돈도 없지만...;; 예전에 어떤 분이 대기업 노조에 갔더니 노조 상근자들이 컴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주식만 보고 있더라고 하던 말이 떠오르네요...부가 정보
신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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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윤의 재 분배과정에서 단체적 투쟁으로 노동자의 몫을 찾아 내는 것(좌파적 의무)과 한 개인 노동자가 같은 기업의 ‘주’주로써 기업이윤을 기대하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네요. 이 개인이 대 주주라면 개인적 이해관계가 공적(노동자 연대)인 행위를 외면할 비 양심적 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저의 생각으로는 기업의 발전을 위한 재 투자금에 한해서 기존 시설 투자자와 노동자들에게 반반 일정 기간 분배되는 발언권과 투표권을 사징하는 분배제도로써의 ‘주식’이 이상적일 것 같습니다. 그래야 외부 뻥튀기 투기가들을 배제하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전한 투자가도 좌파적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노세요.부가 정보
또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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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길님이 말씀하신 그 이상적 주식도, 결국엔 가진 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위에 평발님이 인용하신데로 ' 주식시장을 통한 부의 이전 또는 약탈에 저항해야 하고 불로소득의 유혹에 넘어가기보다는 노동자로서 당당히 노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약자인 노동자로써 맞는 것일 텐데결국 주식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좋게 말하고 뻥카를 진열해놔봤자 결국엔 '불로소득의 유혹'에서 해어나올 수 없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전 여러지점에서 주식을 한다는 건 결국 자본주의를 지탱해주는 일일 수 밖에 없고, 건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이익을 위해서 서로의 목을 조르는 행태라고밖엔 보이지 않아요. 좌파적일 수 없다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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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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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 활동가가 주식을 하는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때에는 주식이란게 뭔지, 펀드라는게 뭔지 잘 몰랐거든요.그래서 제가 뭔가 궁금하거나 잘 모를때마다 물어보는 친구에게 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정치경제학을 쪼~오끔 공부하면서 주식이라는 것 또한 쪼오~끔 알게 되었는데
정말-_-; 사람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봐요. 평발님이 말씀하신데로 더더욱니마 좌파, 혹은 지금의 그지같은 세상을 뒤엎고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이 주식같은걸 한다는건..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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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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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가끔 고민을 해 왔었는데.... 주식투자(기)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노동자, 서민들을 최면에 걸리게 하는것 같아요. 요즘 들리는 말을 들으면 그 속에 노동자들이 취해 있고요. 다단계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상품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기도 하고...'노동이 수반되지 않는 소득은 올 바르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부가 정보
차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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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원론적으로 맞는 말씀인데요 어딘가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어서자본 그렇죠 우리가 회사나 공장에 다니는것 먹고 자는것 등 모든게 자본시스템의 일부분 이지요 회사를 다니는 것 나는 생계수단이지만 자본은 축적의 한부분이고 은행에 저축하는것 또한 그렇고 모든게 자본을 떠나서는 존재할수 없다는 거지요 ... 그래서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 대안의 모색....민중자본 또는 선한자본의 육성과 흡수 이것을 통한 투자 그런거 아닐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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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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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길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최근의 기업이윤은 '건전한 투자'에 의한 것보다는 약탈적 금융투기와 상시적 구조조정에 기인하는 바가 크고, '건전한 주식 투자(가)' 조차도 끝내 대자본에 동원되고 그것에 기생하게 되는 결과를 빚게 되더군요. 또한 노동자들과 소액주주들이 아무리 많은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봤자 그들의 경영에 참여는 여전히 강고하게 봉쇄되어 있고요.좌파도 사람이고 먹고 살아야 하고 부가 필요하니, 주식투자를 한다고 해서 도덕적 지탄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좌파라면 어지간하면 주식같은 거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는 우파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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