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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총론 중간고사 시험문제

H대 형법교수인 오모교수가 출제한 문제이다.

 

형법총론 중간고사(2005/1)

미국의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甲과 일본인 유학생 乙은 강의가 끝난 후 잔디밭 앉아 휴식을 취하다가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甲은 乙에게 “너희 씨네마현에서 다께시마의 날을 정한 것은 국제법위반이다. 독도가 일본땅이면 쓰나미섬은 우리나라 땅이다”고 하였다. 이에 乙이 “씨네마현이 아니고 씨마네현이고, 쓰나미섬이 아니고 쓰시마섬이다. 한국사람은 모두가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린다”고 하였다.
흥분한 甲은 “그럼 정신대는 너희 나라 대학 이름이냐? 역사를 왜곡하는 쪽바리들아! 내가 다시 일본제품을 사용하면 성을 간다”라고 하며 피우고 있던 일제담배를 잔디밭에 집어던졌다. 甲의 말에 화가 난 乙은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甲을 향해 집어던졌다. 그런데 마침 바람이 불어와 그 담배의 불씨가 甲의 눈으로 들어가 甲은 눈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게되었다. 한편 그 사이에 甲이 버렸던 담배꽁초에 남아있던 불이 잔디밭에 붙어 잔디밭 약 200평과 나무 30그루를 타버리고 말았다. 甲, 乙의 죄책은?

* 법전참조가능



I. 논점의 제시

甲의 죄책으로 문제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甲이 담배를 던져 잔디밭에 불을 낸 행위가 실화죄(제170조 제2항)에 해당되는가 문제된다. 잔디밭은 제167조에 기재되어 있는 타인소유의 일반물건인데, 제170조 제2항의 ‘자기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에 타인소유의 일반물건도 포함될 수 있는가와 주의의무위반 및 인과관계가 문제된다.
둘째, 甲이 미국에서 범한 죄에 대해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여기에서는 형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속인주의원칙이 문제된다.

乙의 죄책으로 문제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乙이 甲에게 담배꽁초를 집어던져 눈에 부상을 입힌 행위가 과실치상죄(제266조)에 해당되는가가 문제된다(폭행치상죄는 논외로 함). 여기에서는 乙의 주의의무위반과 담배꽁초를 집어던진 행위와 甲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 내지 객관적 귀속이 문제된다.
둘째, 乙에 대해 우리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여기에서도 형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보호주의원칙이 문제된다.


II. 甲의 죄책

1. 실화죄(제170조 제2항)의 성립여부
(1) 문제점
사례에서 甲의 죄책과 관련하여 형법 제170조 제2항의 적용여부가 문제된다. 여기에서는 첫째, 甲이 타인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였으므로 이것이 제170조 제2항의 객체에 속하는가, 둘째, 甲에게 과실이 인정되는가, 셋째, 甲이 담배꽁초를 던진 행위와 화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가 등이 문제된다.

(2) 타인소유 일반물건에 대한 제170조 제2항의 적용여부
형법 제170조 제2항의 객체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다. 여기에서 타인소유 일반물건이 동규정의 객체인지에 대해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한다.
긍정설은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이라 함은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자기의 소유에 속하든, 타인의 소유에 속하든 불문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근거로 ①방화죄와 실화죄에관한 관련규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과 ②이러한 해석이 법규정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법형성이나 법창조행위에 이른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되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든다. 이 견해에 의하면 甲은 제170조 제2항 타인소유 일반물건실화죄의 죄책을 진다(대법원 1994. 12. 20. 선고 94모32 결정의 다수의견이 이 입장을 취한다).
이에 대해 부정설은 우리말의 보통의 표현방법으로는 ①‘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에서‘자기의 소유에 속하는'이라는 말은‘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한꺼번에 수식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같은 규정이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아무런 제한이 따르지 않는 단순한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②타인소유의 일반물건을 제170조 제2항에 포함시키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고 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甲은 무죄이다(대법원 1994. 12. 20. 선고 94모32 결정의 소수의견의 입장이다).

(2) 주의의무의 인정여부
위의 부정설에 의하면, 甲은 제170조 제2항의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설에 의할 경우에도 甲에게 주의의무위반이 있어야 동범죄의 죄책을 질 수 있다.
사례에서 甲이 잔디밭에 불을 낼 의욕이나 인용은 없으므로 화재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과실이 문제된다. 주의의무위반 판단기준에 관한 객관설이나 주관설 모두에 의해도 일반인이나 甲 모두 잔디밭에 담배를 던질 경우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불이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담배를 던지지 말거나 던지더라도 화재발생방지조치를 취하고 던져야 할 의무도 인정된다. 따라서 甲에게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

(3)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
甲이 담배를 던진 행위와 화재 사이에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는 물론이고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 잔디밭에 담배를 던지면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은 사회경험칙상 상당성(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甲이 잔디밭에 담배를 던진 것은 화재의 위험을 증대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의 결과를 甲이 담배를 던진 행위에 귀속시킬 수도 있다.

(4) 정리
타인소유의 일반물건은 제170조 제2항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甲을 무죄라고 해야 한지만, 긍정설에 따를 경우 甲의 행위는 제170조 제2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다른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는 없으므로 甲은 제170조 제2항의 죄책을 지게 된다.

2. 형법의 적용범위
甲이 미국에서 실화죄를 범한 것이지만, 甲이 한국인유학생이기 때문에 형법 제3조(속인주의)에 의해 우리 형법이 적용된다.


III. 乙의 죄책

1. 과실치상죄(제266조)의 성립여부
(1) 문제점
乙이 甲을 향해 담배를 집어던진 행위가 폭행죄(제260조)에 해당되면 폭행치상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과실치상죄(제266조)의 성립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과실치상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고, 주의의무위반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의의무위반행위와 결과발생 사이에 인과관계 내지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어야 한다. 甲에게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음은 분명하므로 여기에서는 주의의무위반과 인과관계의 존재여부가 문제된다.

(2) 주의의무위반
과실치상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乙이 甲에게 담배를 던질 때에 상해의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고, 이러한 예견에 기초하여 상해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주의의무에 관한 객관설이나 주관설에 의할 경우 다른 사람을 향해 담배를 던질 경우 바람이 불어와 상대방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나 乙이 예견할 수 있었고, 따라서 乙이 甲에게 담배를 던지지 않거나 담배를 던지더라도 이러한 결과발생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乙의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
乙에게 이러한 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과실치상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3)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다른 사람에게 담배를 던지는 행위를 할 경우 담뱃불이 상대방의 눈에 들어가 다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사회경험칙상 상당성(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도 인정되고, 甲의 상해의 결과를 乙이 담배를 던진 행위는 甲에 대한 상해의 위험을 증대킨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귀속도 인정된다.

(4) 정리
乙에게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하지 않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해야 하고 이것과 甲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 내지 객관적 귀속도 인정되므로 乙은 과실치상죄의 죄책을 진다.

2. 우리 형법의 적용여부
乙의 행위는 일본인인 乙이 미국땅에서 행한 범죄이기 때문에 우리 형법의 적용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형법 제6조는 외국인이 외국에서 행한 범죄라도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범죄이면 우리 형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乙의 행위는 우리나라 국민인 甲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우리 형법의 적용된다.
다만, 과실치상죄가 미국형법에서 처벌되지 않는 경우이면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행위지에서 과실치상죄를 처벌하는 경우 乙은 과실치상죄의 죄책을 지지만, 만약 행위지에서 과실치상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乙에게 우리 형법을 적용할 수 없다.


IV. 정 리

甲은 미국에서 과실로 미국대학의 잔디밭을 태웠지만, 甲이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에 우리 형법 제170조 제2항이 적용된다. 타인소유의 잔디밭이 제170조 제2항의 객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甲은 무죄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판례의 입장처럼 제170조 제2항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할 경우 甲의 주의의무위반과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므로 甲은 타인소유 일반물건에 대한 실화죄(제170조 제2항)의 죄책을 진다.
乙의 행위는 과실치상죄(제266조)에 해당되고, 이것이 우리 국민인 甲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우리 형법이 적용되어(제6조) 乙은 과실치상죄의 죄책을 진다. 다만, 미국 대학이 위치한 곳에서 과실치상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乙은 무죄이다(제6조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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