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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노동조합

지난 주 금요일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때문에 대전에 위치한 **공사 노동조합을 인터뷰를 갔다. 이 **공사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이었다.

 

공사 건물이라 건물이 좋았던 것은 둘째치고, 정문을 출입하면서 '또, 노동조합 간다고 한면 귀찮게 이것저억 물어보겠구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문 경비 아저씨한테 가서 노동조합 방문 왔다고 하니, 이 아저씨 얼굴에 미소 지으면서 친절히 들어가라고 한다.

 

다른 사업장 방문하던 예전의 기억들을 떠 올리면 다소 새로운 경험이었다. 속으로는 '한국노총 사업장이라서 노사관계가 좋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며 노조사무실로 향했다.

 

공사건물에 위치한 노조사무실을 방문했는데, 건물의 다른 사무실과 다름없이 깨끗하고 안락한 사무실이었다.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실이 따로 있는 것도 특이하였다.(중소규모의 노동조합에서 어찌 이런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위원장실 등이 따로 있는 것은 바로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인식될 뿐이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관계로 만나기로 하신 간부가 자리를 비어 기다리는데, 다른 노조간부들이 친절하게 어디서 오셨는가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노조사무실에 있는 만화책을 보면서 기다리라기도 하고, 수박을 먹는데 같이 먹자고 권유하는 아주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이십분 기다리다가 만나기로 한 노조간부를 만나 약 1시간 반가량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이 분 역시 '친절하게' 답변도 해주고, 본인 생각도 잘 이야기 해주었다. 인터뷰를 하는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는 완전 'very good'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각인된 노조의 일반적인 상황를 상상하면 이런 situation은 좀 예외적이었다. 본인들한테 실재 도움이 되는 인터뷰도 아니고, 친노조적인 연구소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국책연구원에서 나와서 인터뷰하는 것이고, 내가 노조 간부라고 해도 별로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런데 **공사 노조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많이 낯설었다.(흠, 본인들도 달갑지는 않으나 겉으로만 친절한 척 했나?) 아무튼, 깊이 고민을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살만하고, 여유로운 노동조합이라 그런것이 가능했을 것 같다.(**공사 노조는 파업경력이 한번도 없었다.)

 

투쟁에 치이고, 현장에서 박터지면 싸우며, 어렵게 어렵게 조직활동을 하는 노조가 여유롭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 노조에서 겪었던 친절함은 조사작업에 큰 도움은 되었지만, 마음에는 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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