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즈음.... 그랬던 거라...

 

하던 일을 정리하고, 혹은 하던 일이 정리되어져 버리고

정리된 것과 정리되지 못한 것. 판단한 것과 판단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우왕좌왕 ...

정리와 판단, 혹은 평가와 계획... 그것을 위한 질문을 방치하면서

마음만 급하게 새롭게 할 일을 궁리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그 궁리가 생각과 판단이 아니라 마음만으로 내달리게 되고

당연스럽게 활동에 대한 고민도 아닌 염려와 불안만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어느 순간 머리와 마음과 몸이 무슨 신체절단자 마냥 지멋대로 제 나름 속도대로 중구난방...

 

 

2. 그런데 거기에다....

 

이런 하드고어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혹은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세우고

또는 촬영 혹은 취재라는 구실로 한 달에 서 너번 어줍잖게 사람들 혹은 그들의 활동을 관찰(?)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활력을 느낄 때도 있고, 딱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벽을 느낄 때도 있었다.

활력을 느끼든 벽을 느끼든, 그게 설레임과 뿌듯함이든 맥빠짐과 냉소든

우자지간 뭔가 내 맘을 움직여졌을 땐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데

어느 순간 "왜?"라는 질문에 "어떻게?"와 "그래서?"라는 질문들이 따라 붙고

그 질문에 답을 찾는 내 속도와 다르게 계속 이어지는 일의 속도에 치여,

아니 속도감 자체를 상실한 나의 뇌에 심각한 장애로  

주구장창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들만 이어지다 보니

스물스물 질문 던지는 것도 심드렁, 기껏 던지는 질문도 어끗하게 되고

문득,  맥아리 없이 궁시렁궁시렁 헛소리만 중얼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는 거라....

 

 

3 그러다 보니...

 

타이밍 놓친 발끈에 제대로 문제제기도 못하고 까칠한 인간되기.

멀쩡하게 허허거리다가 술 처 먹고 방방 뜨는 우스운 인간되기.

갑자기 울컥, 전혀 개연성 없는 시공간에서 눈물 찔끔거리는 민폐형 인간되기.

등등

 

이런 민망하고 난감한 상황에서 제일 쉽고 간편하게 나를 슬쩍 방치하는 방법이  

바로 자학모드로의 변신~~ 이를테면

"나 참 까칠하구나.",  "원칙? 무슨 원칙?, 과연 나한테 원칙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

"난 뇌에 주름이 없구나... 당췌 생각이란 게 판단이란 게 없구나. "

"내가 뭐 그럴 주제나 되나... 내가 그렇지 뭐... "

이런 식의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자학성 멘트로 근 한 달 시간과 체력만 죽이며

급기야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머리와 몸만 쓰자. 마음은 쓰지 말자" 이 따위의 문장이나 붙여 놓고... ㅠ.ㅜ

 

 

4. 그러다 오늘...

 

평소 같으면 그게 전면전이든 뒷다마든 하여튼 기를 쓰고 길길이 날뛰었을

상식과 경우 없는 상황에 그냥 헛 웃음만 나는거라. 되려 능청스럽게 상황을 슬쩍 피하기까지~  

그리고 공부방 수업이 끝나고 공부방으로 데리러 온 후배와 집으로 와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 그 수다가 어찌 어찌 동네 어른들(?) 뒷다마로 이어져

"야... 그렇게 늙지 말자, 진짜 추하다... " 등등 뒷다마의 강도를 더하다가

농담거리처럼 오늘의 그 사건(?!)을 후배한테 얘기했더니

후배가 "그래서?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 가만히 있을거야?"라는 말을 하는데...

순간... 어색한 침묵.... 아... 그 침묵이 내 귀에는

 "이혜린 너도 미쳤구나! 그런 일을 웃고 넘겨! 너도 별 수 없구나" 이렇게 들리는 거라...

아....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이러면 안 되는 건데

 

 

5. 그래서... 다시 문득 ...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뭘 할 것이냐,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들.  

질문에 답이 안 나온다고 피할 게 아니라

질문이 정당한가? 더 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올바른 질문을 해야 올바른 답이 나온다는 것.

그냥, 피곤하다 지쳤다라는 투정만 하는 건

원인도 잘못 찾고, 고민을 풀어내는 방식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

그러다간 결론도 잘못 내려질 것이라는 것... 그런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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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00:52 2007/06/1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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