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담긴 공간이 어딘고 하니 서울IC 진입 7분 전 즈음 경부고속도로 변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는 길이었다. 전 날 밤을 꼬박 새고 나오는 길이라 쿨쿨 자면서 오던 중~ 뭔가 이상해서 깨 보니 달리고 있어야 할 버스가 도로 변에 서 있는 거라. 무슨 상황인가 싶어 슬슬 눈치보던 중이었는데 버스 기사님이 마이크로 "버스 고장으로 정차했으니 앞에 있는 버스로 옮겨 타시길 바랍니다. 아홉 분 타실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신다. 순간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앞의 버스로 옮겨 타고, 잠결이라 어리버리 해 있던 나는 멍하니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뭐... 다음 버스 타면 되겠지' 생각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전 같았다면 '에잇~ 괜히 길에서 시간 버리네'하고 투덜거렸을텐데 오늘은 '아싸! 건수 하나 잡았다' 싶은 맘에 되려 신이 났더랬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가 고속도로 한 복판에 내릴 기회란 드문 경우니까 ㅋㅋ 우자지간 담배와 카메라를 챙겨 도로로 내려와 액정을 들여다 보면서 뭘 찍을까 궁리했다. 그리고 찍은 사진들 중 하나.
 주인공은 길(정확히 경부고속도로)! 더운 날 뜨거운 아스팔트 느낌 그리고 그 위를 한 방향으로 내달리는 자동차들의 압도적인 속도감을 살리고 싶었는데 ... 쩝, 지금 실력으로는 아직 무리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을 오늘의 Only One 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 사진을 찍게 된 상황과 찍고 난 후의 재밌는 상황 때문. 길을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도 있지만, 갑작스런 버스 고장에 당황한 버스 기사님과 버스를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도 몇 장 있었다. 근데 버스 기사님이 난처하셨나 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신경 쓰시는 눈치더니 나중에 버스에서 내릴 때 나를 따로 불러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신다. 혹시 사진 찍은 거 왜냐구, 어디에 쓰려고 하냐구... (버스 고장난 거) 항의하려 하는 거면 자기가 곤란해진다고 정말 미안하다구... ㅋㅋ 그래서 '저한테 의외의 상황이고 이 상황이 신기해서 마침 있던 카메라로 혼자 논거에요'라구 설명 드렸다. 그랬더니 '참 한가로운 사람이네'라는 느낌의 표정(전적으로 내 느낌)으로 끄덕이신다. 그치... 나한테야 그냥 일상의 의외의, 재미의 순간이지만 이 분한테는 진땀 나는 상황이었을 테니까 ㅋㅋㅋ 홍홍
 사족을 덧붙이자면 ... ㅋㅋ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앗~ 이거 찍었어야 하는데'라는 순간들이 종종 생긴다. 열에 아홉은 못 찍고 지나치게 되는데 그러면 그 상황을 그냥 흘려 보내는 게 아니라 만약 이 순간을 카메라에 기록했다면 어떻게 담겼을까 상상하게 되고 그러면서 아쉬워 또 그 상황을 곱씹게 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내 하루에 스며 있구나라는 점이다. 내 일상 구석구석, 순간순간 참 여러 이야기들이 있구나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응시했을 때 혹은 말 걸었을 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자가증식 하는구나...라는 것.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느낌, 생각이지만 앞으로 더 곰곰히 되씹고 싶은 부분이어서 기억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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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02:54 2008/07/1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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