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간만에 일주일 꽉 찬 빡빡한 일정으로 보냈다고 이번 주는 월요일 하루, 금요일 하루 그리고 일요일 출근이다. 일주일에 반 이상을 쉬게 된 셈이다. 쉬고 나서 기운/기분이 좋아졌으면 다행인데, (몸도 마음도) 구석구석 욱신거리는 건 여전하니 문제.

 

지난 주에는 담배 두 대를 연거푸 피고 나서 쓰러질 뻔했다. 식은 땀이 죽 올라오면서 몸이 덜덜거리고, 금방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 당장이라도 설사를 할 듯(아니 설사라기 보다는 괄약근을 내 의지로 어찌 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서있기도 어렵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두통과 어지러움. 같이 있던 사람에게 티 안 내려고 이 악물고 간신히 일행들 있는 곳까지 와서 화장실까지 겨우겨우 가서 진정될 때까지 앉아 있다 나오기도 했다. 이번 주에도 금요일 저녁, 일하면서 습관적으로(그래봐야 늘 그러던 정도이지만) 담배를 연거푸 피웠더니 갑자기 비슷한 증세가 와서 서둘러 퇴근. 당분간 담배도 조심 조심 펴야 할 듯하다. 몇 해 전부터 피곤하다 싶으면 잇몸이 붓는데, 작년만 해도 딱딱한 음식만 피하면 됐던 게 요즘은 부드러운 음식이어도 차거나 뜨끈하면 통증이 심하다. 늘 그러면 당장 치과를 갈텐데 하루 이틀 쯤 쉬어서 피곤을 덜었다 싶으면 괜찮아지고 또 좀 피곤하다 싶으면 도지고 그런 식. 솔직히는 치과 가기가 무서워서 치료 받을 때 통증을 덜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아진 후에 가야지 하고 미루고 있다. 이번 주 특히나 몸이 고된던 건 생리가 시작되는 시기여서기도 하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유난히 생리양이 줄어 기분이 별로다. 임신과 출산...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 싶은.

 

여튼, 계획을 두고 쉬었던 게 아니라 오늘만, 오늘만 하면서 쉬었던 거라 밀린 일도 제법이고. 사무국 회의를 하면서 확인하게 된 급한 일들도 상당하다. 회의 후, 기운 없고 일 밀리면 종종 그렇듯이 쌓인 일들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심드렁한 상태이기도 하다.

 

닥친 일들 풀어내느라 이런 저런 자료들 찾고 있는데,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만 더해진다. 작년 이맘 때의 고민과 상태에서 너무 다르지 않은 상황. 생각해보면, 일을 하면서 지쳐가는데에는 일의 양 보다는 질의 문제일 경우가 많다. 일을 대하는, 풀어가는 나의 역량의 얕음과 구멍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서(드러나서) 부끄럽기도 하고 맥 빠기지도 하고. 거기에 최근 몇 해 간 회복될 기세가 없는, 더 나빠지기만 하는 체력 때문에 일에 대한 겁도 생기고. 천천히, 차근차근 뭐부터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선 마음도 꼬인다. 할 일이라고 꽉 쥐고 있는(쥐고만 있지 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이 요청하는 시간도 마음도 품도 바늘 한끗 꽂을 틈을 내기 어려워진다. 기껏해야 30분 내외 품 들이면 되는 일에도 울컥 짜증이 난다. 말 한마디 듣는 것도, 힘 내라는 손짓 한 번에도 온 몸이 곤두설 정도로 민감해진다. '제발 나 좀 내 버려둬'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참느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빳빳하게 경직된다.

그리고 바로 후회. 내가 왜 저이에게 화를 낼까. 겉으로는 '피곤해서, 기운 없어서, 그냥'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터지기 직전의 실체도 없는 화를 참아내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걸. 그것도 화의 실체와는 가장 거리가 먼, 제일 연약하고 사려깊게 나를 살피러 오는 사람에게 그 화가 터져버린다는 것.

실제로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닌데 비난 받고 있다는 억울함. 나도 나름 애쓰고 있는데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운함. 결국은 나보고 하라는 거잖아라는 맥락 없는 상황 인식. 일단은 이 모든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반복되는 무력감. 이런 나에게 가장 크게 영향 받을 가까운 그에게나 겨우 터트리는 실체도 근거도 대상도 잘못된 짜증과 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문제상황이다.

 

어 하다 보니,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 새벽, 사무실에서. 이번 주 목표는 '꾸역꾸역'이다. 지금의 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이자 최선이다. 출근도 꾸역꾸역, 해야 할 일들도 꾸역꾸역, 먹고 자는 것도 꾸역꾸역. 주변에 폐 끼치지 않을, 스스로 거꾸러지지 않을 다른 방도를 모르겠으니 일단은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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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5 21:31 2015/04/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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