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에서 미디어교육을 한 지 얼추 2년 정도가 되어 간다... 그리고 처음으로 방학이란 걸 맞았다~.

전에는 공부방 방학 기간이어도 아이들 의견대로 공동체미디어교육은 방학 중에도 진행했었는데(아이들은 방학이어도 공부방 나오는 걸 좋아한다~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기 위해서^^) 이번에는 나도 그리고 공부방 담당 선생님도 모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과감히~~ 2주 간 방학이다.

 

그렇게 지난 주 목요일 2006년 마지막 수업을 하고, 토요일 공부방 교사 송년회 이후부터 오늘까지 3일 간 내 나름대로 휴가라고 정하고 전화도 안 받고, 메일도 확인 안 하고 그렇게 걍~~ 쉬어 버렸다.

 

침대에 누워 3일 간 벽과 천장만 보면서 딩굴딩굴 거리면서(나는 주로 이렇게 쉰다~ 딩굴딩굴~~ ^^;;;)  그 간 내가 공부방 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썼던 두 단어 "소통" 그리고 "성장"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내가 이 단어를 쓰면서 빠졌던 착각, 오류들... 을 다시 궁리 중이다...

 

 

#1. 소통과 성장

 

나는 내가 공부방에서 아이들 만나고, 공동체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나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말을 종종.. 했었던 같다. 아니 했다. 아이들과 주고 받는 관계, 영향 속에서 나도 그리고 아이들도 성장했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라는 작업으로 기록하는 일을 2007년에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성장이라는 게 뭘까?

공부방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의 관계, 교육의 내용이 변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고민 없이 너무 쉽게 그것을 "성장"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들과 주고 받는 관계, 영향은 수업 내용 공동체미디어교육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아이들과 관계 맺는 물리적인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친함"이고 관계의 "발전"인데 내가 그걸 섣부르게 "성장"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들을 통해서, 교육을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운동, 미디어교육,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내용이 "성장"했을까? "성장"이라는 것은 내용적인 변화인 건데... 정말 솔직하게 지난 2년 간의 수업이 나에게 그런 과정이었을까?

 

아이들과 더 친밀해지고 그래서 아이들과 소통이 원활해지고 그래서 공부방 수업 전에는 성인들 혹은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내용을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내용으로 수업에서 풀어내고 진행했던 건 맞지만 그 내용이 아이들을 통해서, 공부방 수업을 통해서 더 구체화되고, 깊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미디어, 운동, 공동체, 교육에 대한 내 고민의 수준이 수업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고민되어지고 그런 고민을 통해 내용이 구체화되고, 이전과는 다른 내용들이 생산되었을까?내가 공부방 수업 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교육에 대한 생각과 관점, 미디어운동에 대한 내 생각과 관점 그 수준에서 더 발전한 것이 뭐가 있을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좀 더 쉬운 말로 풀고, 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그런 과정이었음에는분명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변화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나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부방에서 아이들과의 수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내용들의 전달, 혹은 소통하는 기술이 변화하고 발전한 건 맞지만 그게 내 운동의 내용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내가 자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난... 소통과 성장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너무 쉽게 "성장"이라는 말을 쓰고, 그 말 안에 안주하면서 그 달콤한 착각에 슬쩍 빠져 있던 건 아닐까...

 

 

#2. 성장과 소통

 

공부방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공부방 담당 선생님과의 소통 역시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동체미디어교육은 공부방의 교육방향, 교육내용과 별도로 가는 게 아니라는 것.

공부방이라는 공동체의 지향점, 내용과 함께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공부방 담당 선생님과의 소통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수업 전 후로 담당 선생님과 아이들 이야기, 수업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수업시간 만큼 중요하다고 여겼고 많은 공을 들였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교사연구모임을 꾸려서 "프레이리의 교육론"을 첫 번째 모임 주제로 잡고 교육에 대한 서로의 관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은 첫 번째 교사연구모임의 내용, 주제를 공부방 수업에 적용하고, 평가하는 그리고 공부방의 다른 선생님, 회원들과 그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워크숍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난 공부방 교사로서 혹은 공부방 운영자와 교사로서 서로 "소통"이 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나는 "소통"을 위해 참 애썼다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하지만 지난 주 공부방 담당 선생님과의 이야기 속에서 그것 역시 나의 착각이었음을 뼈져기게 확인했다.

 "이혜린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피드백은 되는데 공부방 운영자인 나(공부방 담당 선생님)와의 피드백은 안 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단절감이 느껴지고, 정서적인 거리감이 느껴진다"

는 이야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뭐가 소통이 안 되는 건지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자신은 미디어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러다 보니 공동체미디어교육과 관련해서 아이들과 자원활동교사인 나의 관계에서 자신이 개입할 부분이 없다는 것 그러다 보니 공부방 담당자인 자신이 공부방 수업에서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공부방 담당 선생님과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친해지고 알아가면서서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걸 피드백이라고 표현한다면 피드백이 되어야 하는데나는 주구장창 선생님께 아이들 얘기, 수업 얘기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은 나에게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져 버린 상황.

이전에는 아이들의 개인적인 상황들 고민들을 공부방 담당 선생님을 통해 듣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아이들과 직접 나누게 되고, 오히려 내가 아이들 고민을 선생님께 전달해 주게 되는게 선생님 입장에서는 묘한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던 거라...

거기다 미디어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가 선생님께 얘기할 건 있지만 선생님이 나에게 얘기할 게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공동체미디어교육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못 느끼게 되는 상황. 

덧붙여 이건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난 자원활동교사이기 때문에 언제든 공부방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런 불안감 그런 게 여러가지로 겹쳐진 게 지금의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야 하지? 이게 지난 3일 간 내 나름 휴가 동안 딩굴거리면서 고민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공부방 담당 선생님에 대한 서운함이 너무 커서 억울하고 속상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반복해서 질문하다 보니 그건 그 선생님의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성품의 문제가 아닌 마찬가지로 그 선생님과의 관계를 잘 풀어내지 못한 나의 스타일이나 성품의 문제로 접근해서 서운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풀어내는 방식 역시 앞으로 선생님과 더 친해져야지 뭐 이런 게 아니라는 게 지금 판단이다.

 

이건 공부방 교사들이 부딪치기 쉬운 착각 혹은 함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방이 "교육"과 "보호"라는 두 가지 사이에서 어정쩡한 상황에서 나 역시 지금 선생님이 느끼는 그런 감정을 공부방을 더 오래하면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가 "교육"이 아닌 "보호" 또는 "친함"의 의미가 커지면 생길 수 있는 오류. 공부방 아이들이 학생이 아니라 자식처럼 느껴질 때 생기는 감정...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 성장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의 정서적인 친밀감 자체로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활동의 의미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될 때 생기는 오류이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 겨우 2년 정도 공동체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내가 나의 활동의 의미를 느낀 게 어쩌면 "교육"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아이들과의 "정서적 친밀감" 그 자체에 더 비중을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렇게 갔을 때 나 역시 어느 순간 지금 그 선생님이 느끼는 그런 오류들을 밟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방 교사가 됐던 미디어 활동가가 됐던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성장"이 있어야만 자신과 그리고 자신이 속한 조직도 건강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방이 단순히 안쓰러운 아이들 보다듬는 그런 시혜나 인간적인 친밀함이라는 친목관계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이 부분은 교사연구모임에서 주구장창 이야기되고 서로 확인했던 부분이다) 그게 아닐 수 있는 자신의 교육 철학 그리고 내용이 있어야 가능한 거고, 그걸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그게 교사연구모임을 통해 이루어졌어야 한다. 아니 그 가능성이라도 발견할 수 있어야 했다. 성장이 되려면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 선생님과의 "친함"을 넘어서서 "교육"에 대한, 서로의 "활동"에 대한 소통을 위해 교사연구모임을 시작했다면 이번에 교사연구모임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실패였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그냥 프레이리는 교육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데 라는 개념 정리식이 아니라 정말 프레이리가 생각한 그리고 실천한 교육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공부방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안 된다면 왜 그런지 이런 구체적인 질문들이 오고 갔어야 했고, 나 역시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 서로의 차이들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과정이 되었어야 했던 거였다. 교사연구모임을 했더니, 프레이리 책을 읽었더니 이런 게 새롭게 고민이 되더라 식의 피드백이 서로에게 없었던 거라. 이런 식이라면 다음 교사연구모임 주제로 미디어교육을 잡더라도 마찬가지로 나의 일방적인 의견 전달 그리고 어정쩡한 동의 속에서 서로의 거리감만 확인되고 피드백 역시 안 이루어질 거라는 것. 그래서 교사연구모임의 세미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장을 위한 소통은 성장의 내용과 소통의 방식 두 가지의 변화를 모두 요구한다는 것.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잡아내지 못한 게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고... 그래서 공동체미디어교육에서의 "성장"을 위한 나의 고민과 실천, 공부방 선생님과의 "소통"을 위한 우리의 학습과 토론이 중요하다는 것. 그것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지금 나의 가장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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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7 06:24 2006/12/2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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