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참여연대 동지들 이야기 < 세참 > 1호
'소통'하는 참여연대
요즘 저는 한동안 나가지 않던 교회를 다시 나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희미해졌던 믿음이 다시 강렬해졌다거나 상상하지도 못했던 재난들을 듣고 겪으며 위기감에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 달전쯤 지현선배는 제가 다니는 향린교회를 다니고 싶다고 했습니다. 얼떨결에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전도를 하게 됐고, '불쌍한 길잃은 어린양'을 인도해야 할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시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이지요(지현선배는 '불쌍한 길잃은 어린양'인 저를 교회로 다시 인도한 것은 자신이라고 합니다만...쿨럭).
마침 지난주는 청년주일이었습니다. 청년주일에는 교회의 청년들이 예배 인도부터 기도, 설교까지 맡아서 하게 됩니다. 그 중 한 청년의 설교(향린교회는 '하늘뜻펴기'라고 부릅니다)가 제게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는데요, 그 설교의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수연이는(남자입니다) 한동안 우울증과 무력감으로 자살충동을 느껴왔습니다. 교회에 다니며 두 친구를 알게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한 친구는 얼마전 죽은 최고은 씨와 같은 시나리오 작가인데요, 수연이는 당시에 많이 힘들어하던 그 친구와 성경읽기를 하면서 마음의 위안과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정해진 양을 읽고 주일날 만나 서로 느낀바를 나누는 것이지요.
그러나 수연이와 그 친구가 위로를 받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는 구약성경 전도서의 제 1장 1절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로 시작합니다. 그 외에도 전도서에는 세상과 삶에 대한 비관적인 구절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와 함께 전도서를 읽는 과정에서 그 비관적인 말들이 수많은 희망적인 메시지들 보다도 더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전하면서도 수연이는 울었습니다.
또 다른 한명의 친구는, 성공회대학교 학생으로 '다함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수연이가 매주 교회 청년회 방에 들어설 때마다 '다함께' 소식지를 건네며, '형 이번호는 정말 좋아요' 하며 한 부 사달라고 요청을 하거나, '형 이번주에 00집회가 있는데 같이 안가실래요?' 라고 묻더랍니다. 매번 물어보는 그 친구에게 별 반응을 하지 않다가 하도 미안해서 최근 이집트 문제 관련 집회에 나갔다고 합니다. 별 생각없이 참석한 그 집회에서 수연이는 이집트인들의 민주화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열망과 희망을 공감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그들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혁명을 하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30분도 기도를 하지 않느냐'는 누군가의 말씀에 1초도 기도 하지 않던 자신을 반성하고, '영성'이 없는 '혁명'이나 '실천'이 없는 '영성' 모두 불완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영성'과 '실천'의 균형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겠다는 멋진 결론으로 수연이의 '하늘뜻펴기'는 끝이 났습니다.
* 실제 수연이의 '하늘뜻펴기'를 제가 잘 전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한번 들어보세요.
그렇습니다. 살면서 가장 상처를 많이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서로를 구원하는 것도 바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참여연대 식구들, 서로에게 구원이 되고 있는지요? 함께 가는 길, 비록 눈부신 희망의 길은 아닐지라도 비관적인 현실과 싸울 수 있도록 서로 위로하고 기도하면서 '혁명'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참>은 참여연대 평간사와 간부, 선배와 후배들의 '소통'을 위한 작은 시작으로 만들어진 소식지 입니다. 눈으로 읽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마시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붙여주세요. 그래야 서로를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창간호는 블로그와 지면으로 동시에 찾아뵙고 싶었으나, 지면 발행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정해진 마감을 맞추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달에 한번 한편의 글을 쓰는게 뭐 얼마나 힘들겠는가 했는데, 편집진들은 업무에 쫓겨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로 한편씩 힘겹게 내놓습니다. 그래도 비약적인 발전은 아니더라도 형식과 내용 면에서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평협 소식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맨날 쓰는 논평, 기획서가 아닌 카~슴을 울리는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분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세참>은 늘 열려 있습니다.
Posted by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