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글_공간, 그리고 자유롭게 치마 입을 자유

 

뒤르켐은 공간이 사회마다 다르며 또한 이질적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기본적인 경험 범주들이 사회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그의 전체이론의 일부였다. 논리적 범주들은 사회적 관계에서 파생되며 공간 범주도 그렇게 파생된 것들 중 하나다. 이를 예증하기 위해서 뒤르켐은 주니족 이라는 인디언을 소개한다. 그들은 공간을 일곱 지역으로 나누는데, 이는 사회 경험에서 파생된 것이며, 모든 삼라만상이 일곱 지역 안에 포함된다. 한편, 슈펭글러는 문화마다 독특한 공간 감각이 있으며 그것은 생의 모든 국면을 포괄하는 하나의 상징 속에서 표현된다고 믿었다. 가령, 이집트인들에게 공간은 죽은 영혼들이 조상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좁은 길로 여겨졌다. 따라서 그들의 특성이 잘 나타난 건축물은 건물이 아니라 건물에 의해 둘러싸인 통로다. 이렇게 공간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가치들에 의거해서 만들어 진다.

 

참여연대는 2007년 통인동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참여연대는 어떤 가치를 반영해 공간을 설계했을까? 재정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참여연대가 원하는 방향대로 설계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는 점은 감안하고 시작하자. 일단, 외관상으로는 시민단체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건물 전체에 유리창을 배치했다는 정도의 특징이 있다. 건물 내부에서 특징적인 공간은 회의실이다. 참여연대에서 업무는 회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회의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에는 1층 카페가 생기면서 사람을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또, 옥상에서는 권력을 감시하는 참여연대의 본분에 맞게 청와대가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참여연대 공간은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공간이 짜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개인 휴식이나 여가 공간은 부족해 보인다. 지하에는 세미나실과 방음실이 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다. 특히, 세미나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지하라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다. '세미나' 실로서도 부족할 뿐 아니라, 휴식을 취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방음실은 밴드연습 이외에는 어떤 공간으로 쓰이는지 불분명하다. 옥상이나 뒤뜰은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우며 비나 눈이 오면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다. 참여연대에는 개인을 위한 공간적 배려는 없는 편이다. 한편, 참여연대 공간은 장애인에게도 썩 친절하지 않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참여연대 1층 이외에는 이동할 수가 없다. 사무실 내부도 휠체어가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넉넉하지 않다. 참여연대는 여성에게도 친절한 공간은 아니다. 특히, 참여연대의 계단들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힘들게 만든다. 1층 카페계단, 외부 계단, 내부계단 할 것 없이 치마 입은 여성이 지나갈 때 사람들의 시선이 닿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재정이 부족해서 모든 것을 고려하기 힘들다는 말이 이 글에 대한 대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공간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부족하지만 어떻게 하면 개인에게 휴식공간을 줄 수 있을지, 장애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지, 치마 입은 여성이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는 내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해보자.
 

 

Writer profile
민주주의는 혼자 걷는 열 걸음이 아니라 '함께 걷는 한 걸음'에 의해 발전합니다. 사회적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참여연대가 내부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주의, 권위주의, 여성주의, 비장애인 중심주의 등 다양한 가치를 통해 참여연대 조직문화를 점검해 보고자합니다. 통찰력이 부족한 개인이 쓰는 글이라 한계가 많겠지만, 이 글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개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bluespring

2011/03/28 00:03 2011/03/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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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글. 우리 안의 민주주의와 노동조합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위는 건강권 위협에 대한 불안감 시작되었으나, 이후에는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핵심적인 화두가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 하는 시민들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 촛불시위가 보여준 민주주의는 불완전 하다. 민주주의에 대해 이중(혹은 다중)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독재적 국정운영은 반대하면서도 교육, 주거, 일자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옹호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운동진영 일각에서도 표리부동한 모습은 나타났다. 당시 모 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총투표 절차도 무시한 채 동맹휴학을 결정했다. 타인의 비민주성은 보아도, 자신의 비민주성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이 '내 안의 이명박'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참여연대는 설립 이후 다양한 권력감시 운동을 펼치면서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참여연대 내부의 민주주의의는 얼마나 성숙하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가령, 참여연대에는 평간사협의회는 있으나 노동조합은 없다. 시민단체는 특정한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노사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활동가는 엄연히 임금을 받고 고용된 노동자다. 명확한 의미의 사측은 없어도, 명확한 의미의 노동자는 존재한다.

 

전통적 노-사 관계에서 사측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임금 및 복지에 관해 요구할 권리도 불필요 한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때 월급을 챙겨주기도 열악한 재정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로 인해 임금을 '협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참여연대는 재정적, 인적, 사회적 측면에서 상당히 성숙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도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노동조합이 없다고 해서 참여연대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해왔던 것은 아니다. 그간 열악한 임금 및 복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들이 있었고, 활동가들에 대한 처우는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평간사협의회만으로는 '평간사'라는 위상에도 한계가 있으며, 동등한 의사결정 주체로 존중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노동조합을 포함해 내부적 민주주의를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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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혼자 걷는 열 걸음이 아니라 '함께 걷는 한 걸음'에 의해 발전합니다. 사회적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참여연대가 내부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주의, 권위주의, 여성주의, 비장애인 중심주의 등 다양한 가치를 통해 참여연대 조직문화를 점검해 보고자합니다. 통찰력이 부족한 개인이 쓰는 글이라 한계가 많겠지만, 이 글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개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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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0 13:15 2011/02/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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