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 이를, 그리움에 단 한 시도 잊을 수 없던 그 이를... 꿈 속에서만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아마도 그가 부른 '꿈에'에서처럼 그토록 간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번 호에서 가수 박정현의 음악들을 소개하기로 마음 먹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이 불러온 논란 만큼이나 그 첫 회에서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던 박정현이 1위를 한 결과 자체가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의 모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참에 박정현이라는 아티스트와 그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도 들고...
일밤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보다 더 잘 부르는 듯...)
아티스트 박정현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공식 데뷔 전에 'Lena Park' 이라는 이름으로 1993년 9월 '제1회 미주복음성가 경연대회(Gospel Singer Contest)'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해 10월 미국 현지에서 성가 음반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늘 푸른' (박정현 3집 < Naturally > 수록곡)
2007년 말에는 '눈물빛 글씨' 라는 타이틀곡을 담은 6집 < Come to whre I am >을, 2009년에는 '비밀'을 타이틀로 한 7집 < 10 Ways to say I love you > 등을 비롯해 몇 장의 싱글 음반들을 내놓았지만, 적극적인 음반 홍보 활동을 하진 않아서인지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김아중-황정민이 열연을 펼친 KBS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 O.S.T에서 '그 바보' 라는 곡을 불러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력보다 저평가' 비주류 아티스트 양산하는 우리 대중음악계,
그리고 MBC 일밤 '나는 가수다' 논란
박정현은 음반 홍보를 위한 활동에 열을 올리는 아티스트는 아닙니다. 하지만 거의 매년 정규, 싱글을 발표해왔고, 각종 O.S.T 등에도 참여하며 참으로 꾸준히 활동해 온 아티스트입니다. 안타까운 건, 그가 갖고 있는 실력이나 꾸준한 활동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참으로 저평가되어 온 비주류 아티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물론 인디씬 또는 언더그러운드 수준까지는 아닙니다만...^^;). '댄스 아이돌', '기계음', '후크송' 등 소비적 음악들로 점철된 우리 대중음악 무대에서 박정현처럼 저평가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그러나 박정현의 경우는 음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음악만으로 평가받고자 애써왔지만, 대중들의 선택으로부터는 차츰 멀어져가는 아티스트가 되어가고 있었지요. 실력파 아티스들이 설 무대가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주류 음악계의 현실 속에서 박정현도 빗겨갈 수는 없었지요.
최근 대대적 개편을 단행한 MBC 일밤에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경연을 벌여 이들 가운데 최하위 평가를 받은 이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졌습니다. 첫 방송 전부터 논란과 기대가 분분하긴 했습니다만, 이후 매주 감동과 함께 논란 또한 뜨겁습니다. 한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을 한 무대에 모아놓고, 그것도 일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에 최고의 무대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와 감동만큼이나 이들의 공연을 평가해 최하위를 기록한 아티스트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체 서로 다른 음악적 기호의 차이를 순위로 줄세워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냐는 근본적 문제의식과 함께 대표적 아티스트들을 오디션 보는 가수지망생 쯤으로 보이게 만드는 컨셉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이렇듯 억지스러운 기획까지 등장하게 된 배경은 결국 '절박함' 때문일 겁니다. 대형기획사들이 찍어내는 아이돌 일색의 대중음악판에서 실력만으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내자면 결국 '서바이벌'이라는 극약처방 밖에는 없었던 거지요. 결국 그 절박함이 자타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아티스트들 스스로가 가수지망생들이나 신인들만이 선다는 서바이벌 무대에 나서겠노라 답한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매주 일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만드는 최고의 무대를 마주할 수 있다는 기쁨만큼이나 우리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서바이벌 무대에까지 설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저도 매주 일요일 저녁 이 프로그램을 챙겨서 봅니다만, 지난주 청중평가단으로부터 최하위 평가를 받은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을 지켜보면서 진짜 좋은 공연을 황금시간대에 안방에서 본다는 게 이렇게까지 사회적 논란을 불러와야 하는 일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합니다.
어찌 되었든 이 무대에 선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놀라운 음악적 역량을 쏟아내면서 새로이 조명되고 평가되고 있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놈의 대중음악판까지 어느 정도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이음[異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