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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사소하게 시작된다.


#1.
평소 PS2주1)에 관심이 있던 순수(pure)는 루리웹주2) 사이트를 들렸다. 오늘도 웹서핑은 즐거운 일이고, 게임에 대한 소식과 게시판의 이야기들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2.
한편, 평소 순수를 괴롭히던 플래쉬주3) 광고주4)는 오늘도 사이트 상단에서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으며, 플래쉬 광고의 놀라운 무게는 너무 빠른 웹서핑을 잠시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다행히 순수의 컴퓨터는 사랑과 우정의 파워주5)를 발휘해 다운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3.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 플래쉬 광고가 아니었다. "거상"의 제작진이 만든 온라인 게임 "군주"라는 복병이 있던 것이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중국과의 고구려 역사에 대한 갈등은 이 광고에까지 침투했던 것이다.
#4.
"중국파병 찬성합니다"라고 한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역사왜곡 막아야 합니다"라고 한다. 결의에 찬 목소리다. 흡사 "인권"을 침해하는 걸 감수(?)하면서 친일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외친 노무현을 보는 듯 하다.
"시대를 초월한 역사 수호 전쟁"이라고 한다. 뻔한 레파토리다. "수호"를 위한 "전쟁". 정치와 전쟁은 명분과 광기에 기반해서 작동한다.
"우리가 심판 합니다!"라고 한다. 갑자기 모두 역사의 심판자로 등극하게 된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여 모두 일어나라!
전쟁은 이렇게 아주 사소하게 시작된다.
#5.
배너를 클릭하면 나오는 페이지에선 우리의 영웅 "오인용"주6)에서 만든 플래쉬 애니가 순수를 반겼다.
순수, 결국 이 광고의 몰상식함과 한국의 변태적인 민족주의주7) 앞에 좌절... 패(敗)!!!

주1) 일본의 소니에서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 "Play Station 2"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으나 너무 길어서 "플스2" 또는 "PS2" 등으로 불리운다. 인터넷 글쓰기를 하는 사람 중에는 추신을 붙일 때 "P.S." 대신에 "플스"라고 언어 유희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2) 한국 최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규모의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 "루리"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으며 지금은 인티즌에서 인수해서 좀 더 거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의 그 디자인이 계속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3) FLASH란 툴을 이용해 제작된 Shorkwave 미디어를 일반적으로 그냥 "플래쉬"라고 부른다.
주4) 현대 소비사회는 전통적인 수요-공급을 붕괴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생산했다.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이 단순히 상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자체도 생산하는 것인데 광고는 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5) 사랑과 우정은 허상이지만 그 허상을 존재하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이 바로 이 파워의 원동력이다. 물론, 이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바보짓이다.
주6) 처음에 5명으로 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팀. 마초이즘을 기반으로 "연예인 지옥" 등을 제작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주7) 최근 한겨레21에서 서세원을 인터뷰했다. 그가 안중근을 다루고 고구려에 대해 다룰 꺼라고 해서 띄우는 걸 보고 한국의 민족주의의 천박함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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