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날자 2기를 마치고 3기도 하자고 의기투합할 때 '자기방어훈련'이라는 단어에 몇몇이 그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그 단어가 우리의 이 운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누구는 그 것이 우리 운동의 다양함을 단 하나로 귀결시키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였고 대부분이 그에 공감했다.
우리는 내 몸 하나 지키기 위한 단순한 '호신'의 도구로 '자기방어'를 위해서 '날자'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우리들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일 좋은건,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이 시간을 단순히 호신술을 가르치는 시간,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거다. 마지막 날 뒤풀이에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그만 고백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좋아요.' ㅎㅎ
날자에서의 운동은 한 마디로,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다양성이 함축되어 있다. 선생님 표현 그대로 옮기고 싶지만 기억력이 나쁜 관계로 내 마음대로 또 해석해보자면
운동을 통해서 내 몸을 알고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확인하고 내 안의 벽을 허물어 가는 등, 여러 가지가 그 속에 녹아있다. 멍청한 기자들이 '자기방어훈련'이라고 하면 꼭 던지는 질문이 '그래서 남자랑 싸워봤어요?'. --; 아니, 넌 그런 상황이 항상 이 세상에 널려있기를 바라냐? 쯔쯔. 싸우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의 새로운 움직임을 일깨우고 강하게 만들어가는 그런 재미있는 과정이 꼭 싸워 봐야만, 싸워서 이겨봐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1,2기를 통틀어 10번을 못나간 결석쟁이이지만 함께 하는 언니들을 통해, 그리고 내 몸을 통해서 '날자'의 다양한 의미와 선생님과의 교감,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이 소중한 무엇을 어떻게 그렇게 단 하나로 표현할 수 있겠나. (물론 홍보라든가 그럴 땐 좀 간략한 단어가 절실하기는 하다)
약 3시간의 운동시간동안 우리는 꽤 다양한 움직임을 연습한다.
충분한 스트레칭-그것도 파워스트레칭으로 몸 구석구석을 알아가고 몸을 깨운다. 솔직히 난 몸이 너무도 유연하지 못해서 처음에는 이 시간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는데 90도도 안 벌어지던 다리가 조금씩 더 벌어지는 등 내 몸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이 시간이 너무 즐거워졌다. 그래서 요즈음엔 오히려 '빡센' 스트레칭 시간을 기대하게 된다. 각자의 한계가 다 다름을 아니까 선생님도 우리들도 각자의 기준에 맞게 열심히 한다. 못한다고 구박하지도 않고 억지로 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어쨌든 이 시간을 통해서 전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스트레칭과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요즈음엔 집에서도 자기 전에 요가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체력키우기. 스트레칭도 체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더라. 그리고 그 이외에도 왕복달리기(체육관이 크지 않아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고 순발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같은 것으로 몸도 풀고 체력도 키운다.
태권도 기본 동작 배우기. 태권도의 기본 동작을 배우고 연습하는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게 천천히 시간을 두고 내 몸에 익어가는 것을 본다는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다.
미트치기. 연습한 동작을 미트를 치면서 자기의 힘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처음엔 미트를 정확하게 치지도 못했는데 미트에도 정확히 맞고 그 소리도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이 느껴진다. 아, 내 힘이 이렇게 세졌구나. 꾸준히 몸을 움직이니 달라지는 구나.
그 밖에도 각자 짝을 지어 때리거나 맞는 연습을 해볼 때도 있고(물론 막 치고박고 싸우는게 아니다. 근데 이거 정말 중요하다. 아무래도 여성으로 양육된 우리는 무언가를 때린다는 것에 대한 나도 모르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연습을 통해서 내 안의 두려움, 벽을 깰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한 친구는 누군가를 때린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런 거부감이 들지 않게끔 이끌어주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태권체조를 배울 때도 있고 핸드볼 같은 걸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격파. 무섭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게 정말 쾌감이;; 1기 때는 마지막날 결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격파를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하고야 말았다. 6장의 송판을 깨버리는 나의 힘, 내 안의 힘을 확인하고 놀라고 기쁘고. ㅎㅎ
뭐 이러이러한 것들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자기방어훈련'을 하는 것이 아닌거다. 밤길에 누군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서,만 이 운동을 하는게 아니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역시 그래서 뭔가 다른 단어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만약 '자기방어훈련'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고 거부감이 있었던 언니들이 있다면 이번에 꼭 같이 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해보았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는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댓글 목록
여름:녀름
관리 메뉴
본문
내 몸의 새로운 움직임을 일깨우고 강하게 만들어가는 그런 재미있는 과정이 꼭 싸워 봐야만, 싸워서 이겨봐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이 부분 너무 멋지다.
부가 정보
망이_
관리 메뉴
본문
끄덕끄덕'그래서 뭔가 다른 단어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 요부분 공감.
아무리 설명해도 '자기방어'라는 말이 너무 강해서인지, 다들 이거에 꽂혀서 취재를 하려고 달겨들고 또 자기 멋대로들 해석하는 통에 참 답답했었어. 그리고 이걸 홍보할때에도 그렇고. (물론 훈련 참가자들과 그리고 멋진(!)사부님과는 우리의 목적이 공유되었다고는 자부하지만)
'다른 몸 되기 프로젝트?' '몸훈련프로젝트?' 등등 어떤 이름이 좋을까 얘기를 하다가도, 또 막상 신청자들을 받아보면 오히려 밤길의 위협에 실질적으로 필요성을 느껴서 이거에 꽂힌 분들도 많더라고.
흠. 어려운 문제야.
부가 정보
망이_
관리 메뉴
본문
이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학내 기자랑 이것에 대해서 간단히 인터뷰를 했는데,망이_씨는 "이 프로젝트를 하고나서 내 몸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라고 기사를 쓴 것을 보고 당황.
다행히 기사 나가기 전이라서 '내가 저 프로젝트가 좋은 것은 나를 가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상정하고 그에 대해 '방어' 할 수 있게 되어서가 아니다. 그동안 움직이고 힘을 키우는 기회 자체를 가져보지 못했던 내 몸을 움직이고 훈련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다"라고 말해서 수정하긴 했는데, 확실히 그 기자도 '자기방어훈련'이라는 이름에 꽂힌 것이겠지.
그래서 첫 인터뷰때 내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일테고. 나올 얘기가 뻔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제대로 인터뷰를 하지도 않고 전화로 몇분하고 끝내더라고. 참. 이래서 문제야.
부가 정보
레이
관리 메뉴
본문
녀름/ 꺄아- 부끄러워;; 녀름도 같이 운동하자. 재밌오 정말.망이/ 응 그래 고민이 많징. 고생하고 있오. 좀 더 생각하다 보면 뭔가 멋진 단어가 생각날거야~ ^^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