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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혁명도 음악처럼 (4) 2010/07/17

혁명도 음악처럼

from 음악상자 2010/07/17 17:13

지금 내 삶에서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삭막할까.  

최근 중고등학생 때 챙겨 들었던 라디오 음악방송을 다시 듣기 시작했고, 창고에 쳐박아 두었던 씨디들을 다시 꺼냈다.

 

그나저나 노래와 연주로 이름 널리 알려진 형님들이 요즘 들어 마구 몰려오고 계시네. 가고 싶은 공연들이 꽤 있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노래를 꼭 라이브로 들어야만 제맛이냐. 애써 내 자신을 위로해보았지만. 그러나 내가 그깟 비욘세나 어셔를 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전설들이 오고 계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땅에!

 

딥퍼플, 게리무어, 밥딜런이 서울에 와있던 날은 공연장 담을 넘어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간절했다.  남자친구가 밥딜런 표를 얻었다며 같이 가자는데 근데 자기는 밥딜런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하는 23년지기 한O연에게 폭행, 감금, 유인, 협박, 회유 등을 가하고 싶었을 정도로,

특히 밥딜런 할배는 너무 보고잡았다.

공연티켓을 사주며 함께 가자고 말해줄 사람이 나타날리 만무하고,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더 버티기가 힘들다. 스티비 원더. 이 할배마저 놓친다면 정말 너무 슬플텐데. 그러나 어쩌겠는가. 통장잔고가 0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극한 경제상황에 이른 지금, 가슴에 아로새긴 그 한 문장. '숨만 쉬자'  

 

어느 재즈피아니스트에 대한 얘기를 하려 했는데, 서론이 너무 쓸데없이 길었다. 히히

 

지오바니 미라바시 (Giovanni Mirabassi)  이 분도 얼마전에 서울을 다녀갔다. 

이탈리아 출신이고, 지금은 프랑스에서 활동한단다.

일본에서 앞서 유명해졌고, 그 이후 우리나라에 그 명성이 알려졌다고 함.

  

Giovanni Mirabassi - Howl's Moving Castle

 

 

요즘 이 사람의 작품을 엠피쓰리에 고이 넣어두고 고이고이 잘 듣고 있는데, 지난달인가 '고품격음악방송' EBS 스페이스공감에 그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 비록 공연은 못가지만, 옳다구나, 본방사수! 오우 좋더라.

뭘 알고 듣는 건 아니지만, 그저 삘, 필링만으로도 충만했다.

내가 이 사람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여튼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에 나온 이 냥반의 피아노솔로앨범 때문이다. 같이 앨범쟈켓을 볼까나. 

 

 

앨범타이틀이 보이는 바와 같이 '아반띠'다. 그나저나 시뻘건 바탕에 검정색 굵고 각진 글자체의 앨범표지.

흡사 1920년대 이탈리아 어느 공장 담벼락에 붙어있던 선동포스터를 보는 듯하다.

알고들 있겠지만, Avanti 는 이탈리어로,

우리말의 앞으로/전진, 영어의 ahead/forward 쯤 된단다. 이탈리아 사회당 기관지 이름이 아반띠였고,

운동판에서 '후진'이라는 비아냥와 온갖 욕을 다 잡숫고 계신 쟌진도 분명.... 뭐 그럴게다. 

 

수록곡은 아래와 같다.

<1> 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

<2> Le Chant des Partisans                          

<3> Ah! Ca Ira                                                   

<4> Le Temps des Cerises                           

<5> Hasta Siempre                                         

<6> Je Chante Pour Passer Le Temps
<7> Sciur Padrun
<8> El Paso del Ebro
<9> A Si M’Bonanga
<10> La Butte Rouge
<11> Addio Lugano Bella
<12> Johnny I Hardly Knew Ye
<13> Bella Ciao
<14> Imagine
<15> My Revolution
<16> Plaine, Oh Ma Plaine

 

뭐라 읽는지는 몰라도, 눈에 익은 제목들이 적지 않다.

곡 소개를 일일이 해주면 좋겠지만, 나도 잘 모르는 관계로 패~쓰.

 

군부 쿠데타에 저항했던 칠레 민중의 노래, "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

 

 

2차 세계대전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저항, "Le Chant des Partisans"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파르티잔의 노래 “Bella Ciao”

 

파리 코뮌의 상징이 된 “Le Temps des Cerises(체리가 익을 무렵)”

체 게바라를 기리는 “Hasta Simpre”,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남아공 가수 자니클렉의 곡 "A Si M'Bonanga"

존 레논의 “Imagine” , 러시아의 "Plaine, Oh Ma Plaine" 등을 서정적으로 재해석했다.

미라바시가 도대체 왜 이런 구성으로 앨범을 내게 되었는지 그게 참 궁금했는데,

그의 홈페이지에 가봐도 명쾌한 답은 안나오고, 검색을 해봐도 안 걸리고. 아웅 답답해. 

어쨌든 오늘처럼 비 주룩주룩 내리는 날 듣고 앉아 있으면 기분 좋아지잖아.

이열치열이랬다고 날씨 우울할 때 이런 곡들로 계속 나가주는거다.

* 경고 - 며칠동안 반복해서 청취하는 경우, 언덕 위 하얀 집에 갇힐지도 모름.

 

순수예술 그 자체만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을 향해,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그 안에 담아내는 것도 예술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역의 관점에서 보니

'너무 소중하기에 歌조차 함부로 부를수 없는' 혁명을 꿈꾸는 자들은 지오바니의 아반티 앨범을 듣고

"피의 역사에 감히 이런 감상적인 멜로디 따위를" 불쾌해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명도 음악처럼" 아름다울 수만은 없겠지. 

나는 혁명이 음악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고,

피 끓어오르는 음악보다도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의 음악이면 더욱 좋겠는데.

언제 올까. 그 날은. 오긴 올까.

 

끝으로,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연주 대신

붉은 돼지(미야자키 하야오)에서 포르코의 옛 연인 지니가 부른 "Le Temps des Cerises"를 들으며.

 

라면 끓여먹기 귀찮아서 밀폐용기에 라면을 조각내어 넣고 뜨거운 물 부어 뚜껑덮은 다음에

3분 정도 기다렸더니 오우 멋진 뽀글이 완성!

백수의 주말은, 민망할 정도로 참 한적하고 소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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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7 17:13 2010/07/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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